바이든 대통령 내달 사우디行 앞서 명명식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워싱턴D.C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 길 이름이 15일(현지시간) 살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자말 카슈끄지 로’(amal Khashoggi Way)로 새로이 명명됐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자치단체인 콜럼비아 특별구 의회는 뉴햄프셔 애비뉴에서 ‘자말 카슈끄지 로’ 명명식을 열었다.
이 길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뿐 아니라 1970년대 닉슨 전 미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워터게이트’ 빌딩이 자리한 곳이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2017년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기고를 써 왔으며,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됐다. 사우디 왕실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워싱턴DC에서 활동 중인 사우디 인권단체 등은 주미 사우디대사관 앞길의 이름을 ‘자말 카슈끄지로’로 변경해줄 것을 청원했으며, 작년 12월에 콜럼비아 특별구의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다만 이번 명명은 행정 상의 정식 변경이 아니며 상징적인 조치다.
필 멘델슨 콜롬비아특별구의회 의장은 이날 “이 길이 은폐할 수 없는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이자 기념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자 사우디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전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7월 사우디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유가 대응을 위해 그동안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강조했던 원칙을 져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자 하티제 젠기즈는 이날 명명식 행사에서 대독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대해 “원칙 위에 석유와 편의를 둔 조치”라고 비판하며, 빈 살만 왕세자에게 “최소한 '자말의 시신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워싱턴DC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는 러시아에서 살해된 반체제 개혁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기 위한 ‘보리스 넴초프 광장’이 있으며, 중국대사관 앞에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중국 민주화 운동가 이름을 딴 ‘류 사오보 광장’도 있다.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