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수사기관이 되레 갑질…
5년간 128건 중 76% 경징계
폭언·따돌림·대접 강요 등 다양
감찰 결과불복…2차 피해 신고도
“지방은 신고조차 못할수도” 우려
경찰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인접 서(署)인 강남경찰서 형사과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부 갑질이 벌어져도 10건 중 8건이 견책·감봉 수준의 경징계 조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분야의 괴롭힘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경찰 내부의 직장 내 괴롭힘이 가볍게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찰청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경찰 조직 내 갑질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7년~2022년 4월까지 총 128건 중 75.8%가 경징계(견책·감봉) 조치됐다. 조치별로 ▷견책 53건 ▷감봉 44건 ▷정직 27건 ▷강등 4건이었다. 이 중 올해 1~4월에 해당하는 5건은 모두 견책 조치됐다.
경찰청은 2018년 11월부터 갑질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6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갑질 신고 내용을 보면 인격 모욕성 발언, 사적 심부름, 부당 인사 발령, 관용차량 사적 이용, 식사 대접 강요 등 다양했다.
징계의 적정성을 논하기 위해 갑질 사례를 세세히 파악해야 할 필요는 있다.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우라도 경고부터 정직까지 조치 결과가 달랐다. 2020년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공개적 면박, 비인권적 언행, 식사 대접 강요’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21년 경찰대학 내 반발 업무 지시와 폭언을 한 경찰은 감봉 1개월 조치됐다. 반면 2021년 MZ세대 비하 발언·부서간 협조 저해를 일으킨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불문조치됐고, 2022년 사적접대 요구, ‘다른 보직을 알아보라’는 말을 한 서울청 소속 경찰관은 직권경고를 받았다. 삭발한 동료에게 모욕적 언행을 한 2020년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주의 조치됐다.
감찰 결과에 불복하거나 2차 피해를 당한 신고도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2019년 부산경찰청에서는 사건 재조사를 요청하는 신고, 2020년 갑질 신고한 사안에 대해 취하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불문 처리됐다. 2021년 서울청에서는 갑질 관련 2차 가해 신고가 들어왔으나 취하됐다. 감찰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는 재민원도 작년과 올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문 조치의 경우 조사했으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도 있고 신고자가 신고사실을 취하해 사건화되지 못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다른 업계보다 신고가 어려운 특성을 들며 갑질 신고가 계속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타 분야의 괴롭힘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내부 갑질은 조직이 ‘곪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며 “신고 창구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피해자 보호조치를 봐야 한다. 지방 등 소규모 집단으로 내려갈수록 발견·신고조차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는 직장 내 위계가 아니라 위계를 이용해 사람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을 파괴하는 행위는 그 누구라도 해서는 안 된다. 위계를 행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수도권 외 지방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더 많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경찰 출신인 송해도 노무법인 더플러스 노무사는 “형-동생처럼 지내는 지방 경찰서는 그 지역 출신들의 성(城)처럼 작동되는 곳도 있다”면서 “갑질이 갑질로 인식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본인을 위해 신고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어 “세평을 통해 부서를 배치하는 ‘픽업’ 인사를 하는 경찰 조직에서 신고 사실이 화살의 흔적처럼 따라다닐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대 변화에 따른 조직 문화 개선에 지휘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예전엔 입금 심부름을 상사가 시키면 ‘신뢰’의 의미로 받아들인 경우도 있다. 지금은 이런 사례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 거 같다”며 “신임 경찰청장의 최우선 과제는 직원들을 존중하며 조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읍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수사하는 경찰이 자신들의 조직에서 벌어진 언어폭력을 비롯한 괴롭힘에 ‘제 식구 감싸기’ 대처를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조직 내 갑질과 괴롭힘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너무나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고 갑질에 해당되는 게 사소한 말부터 시작해서 다양하다”며 “단순히 결과만 보고 미온적 조치라고 판단하는 것은 사안을 단순화해서 보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에 따라 경중이 다르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량 기자·신현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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