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선거전이 막을 내렸다. 7석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모두 4132명의 당선자를 가리기 위해 7572명이 후보로 등록해 평균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2주간의 선거전이었다. 떨어진 사람보다 당선된 사람이 많은 선거였다.
그러다보니 무투표 당선자도 속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와 상관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는 500명이 넘는다. 4132명의 당선자 중 12%가 약간의 돈을 기탁하고 서류 몇 가지를 낸 것만으로 명예외 권력 그리고 연봉 수천만원에 달하는 공직을 얻은 셈이다. 이들이 4년간 누릴 혜택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환경이 좋은 사무실은 물론 요즘에는 코로나19로 뜸해졌지만 연수를 빙자한 해외여행 몇 차례, 또 지역사회에서 누릴 상당한 영향력까지 직·간접 사회비용도 보통을 넘는다. 수십, 수백대 1을 뚫고 합격한 공무원이나 민간기업 신입사원들이 ‘허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진단과 대책 그리고 무책임 때문이다. ‘다당제=선’이라며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심지어 확대한 결과, 시군구 기초의회에서만 무려 294명이 출마와 동시에 당선되는 ‘반민주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래 양당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다당제’라는 자신들만의 신념을 밀어붙인 결과다. 마치 2년 전 국회의원선거에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 1, 2호의 탄생과 독식 그리고 합당으로 끝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소수 정당이 한두 명의 의원을 자력으로 배출할 만한 실력과 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다당제가 선’이라는 그들만의 정치적 고집에 무리하게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21세기 민주정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낸 패착의 반복이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된 시군구 기초의회 지역구선거 출마자 4424명 가운데 정의당 소속은 105명, 시대전환당은 단 3명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675명과 1663명씩 후보자를 냈으니, 800여명의 무소속 출마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3당은 존재조차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을 결정했지만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묻지 않고 또 지지 않을 것이다.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이라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숙제도 여야 정치권에는 다시 4년 후의 일일 뿐이다.
그럼에도 30년이 넘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손질은 반드시 해야 한다. 역시 30년 넘는 헌법을 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개헌’을 꺼내는 정치권이 반드시 함께 손봐야 할 과제가 지방자치제도의 재점검 그리고 변신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선거에 대한 재점검은 현실정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광역·기초지방의회의 통합이나 광역화, 교육감선거제도 존폐 등 기존 정치인들의 저항에 어느 쪽도 쉽게 꺼내기 힘든 과제를 먼저 꺼내고 고치는 사람이 4년 후 지방선거에서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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