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계획 대비 실적 살펴보니

서울 3174가구 분양…계획 대비 6.6%

분양경기 위축에 건설사들 분양 줄연기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재연” 우려

6월 코앞인데  “역대급 공급가뭄”…올해 분양계획 달성률 고작 21% [부동산360]
서울 청와대 상공에서 바라본 마포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봄 분양 성수기에도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5월 하순이 되어가도록 전국에서 올해 분양계획 물량의 20%가량 공급된 게 전부다. 극심한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은 예정량의 10분의 1도 채 나오지 않았다.

대선 이후 분양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과 달리 전반적인 주택 시장 관망세에 원자잿값 상승 부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다.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의 민간주택 공급 물량은 전날 기준 8만4728가구로 집계됐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말 밝힌 계획 물량(40만2563가구)의 21.0%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초 분양 예정 물량이 1만가구 가량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률은 더 낮아진다.

특히 서울의 ‘공급가뭄’이 극심하다. 전날까지 3174가구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분양계획 4만8137가구의 6.6% 수준이다. 분양가 산정, 공사비 갈등 등의 문제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포함한 일부 단지의 분양이 연기되면서 전체 계획 물량이 3만가구대 중반까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계획 대비 실적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업계는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전매제한 규제 등으로 분양시장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 원자재가격 상승 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지수 87.9로 지난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102.9로 기준선을 다소 웃돌았지만 지난달(113.0)보다 10.1포인트 하락하며 악화 전망이 커졌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최근 대출금리 급등에 따른 비용부담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분양 경기가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이른바 ‘재건축 3대 규제’ 완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시장 재과열 우려에 안전진단 기준 개정 등은 내년으로 미뤘지만 분양가상한제,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고분양가 관리제도 등은 연내 개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6월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영향도 있다. 통상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정기 공시하지만, 고지 3개월 후 건설자재 가격이 15% 이상 변동하면 건축비를 조정해 공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감소가 지속될 경우 공급 부족에 의한 가격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완화와 공공택지 공급 확대 등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 분위기 침체와 원자재 수급 불안 등도 있고 새 정부 출범과 지방선거로 정책 방향이 열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관망하는 것”이라며 “복합적인 요인이 얽히고 설킨 상황이라 당분간 공급가뭄이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코앞인데  “역대급 공급가뭄”…올해 분양계획 달성률 고작 21%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