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친환경·자국 내 생산 강력 드라이브

LG엔솔·SK온·삼성SDI, 완성차와 합작공장 건설

단독 공장 증설투자도…소재사도 잇달아 진출

“반도체만 있나”…美로 달려가는 K-배터리 “여전히 공급은 부족” [비즈360]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1 공장. [얼티엄셀즈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펼치며, 현지 배터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던 국내 기업들의 투자 윤곽이 속속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생산기지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단독 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에만 4개의 공장을 짓는다.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1공장은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고, 테네시주·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2·3공장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1~3공장에서의 생산규모만 120GWh에 달한다. 위치, 규모 등이 공개되지 않은 4공장은 한미 우호 분위기 속에 연내 논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서 운영 중인 단독공장의 증설투자(5→25GWh)를 진행 중이며, 애리조나주에는 11GWh 규모의 원통형 독자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테네시주(43GWh)와 캔터키주(86GWh)에 공장을 짓고 있다. 각각 2025년, 2026년이 가동 목표다. 조지아주에도 단독 1·2 공장이 있는데, 각각 9.8GWh, 11.7GWh 규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2025년 상반기부터 23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데, 현재 현지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다.

롯데케미칼과 포스코케미칼 등 소재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 배터리 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60% 이상을 미국에 투입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셀즈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데서 나아가, 지난 3월에는 GM과 북미에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2025년 발효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USMCA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수출할 경우 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급격한 수요 증가로 향후 몇년간 미국 내 배터리 시장이 공급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예상 수요는 267GWh인 반면, 공급은 211GWh에 그칠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국내 배터리·전기차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이들이 미국으로 사실상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자재를 비롯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만큼 한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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