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적은 사업지 분류작업 들어가

“리스크 관리 차원”

착공 전 도시정비사업지들 문제 이어져

이 가격으로는 손해…원자재값 급등에 ‘시공권 포기’ 카드 꺼내는 건설사 [부동산360]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시공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착공을 앞둔 재개발·재건축사업지 대부분에서 공사비 증액 이슈가 떠오르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부 사업지는 시공권 포기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대형 건설사 법무팀에서 이미 수주한 재건축·재개발사업지들의 시공권 포기를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수익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들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만약 시공권을 포기했을 때 귀책사유는 어느 쪽에 있으며 시공사 측에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 그 액수는 얼마나 될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을 통해서도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지들에 대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회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최근 들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2015년 기준)는 143.06포인트로, 전월 대비 0.48%, 지난해 동월 대비 13.42% 상승했다. 건설 주요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2020년 연평균 t당 6만700원에서 지난해 6만2000원으로 올랐다가 올 3월 8만6000원, 4월 9만800원 등으로 2년4개월여 만에 49.6% 급등했다. 지난해 하반기 철근 1t 가격은 1093달러를 기록해 2020년 상반기 541달러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공사비 증액 이슈는 일반 단일 건축물과 도시정비사업지 등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 착공 후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차단돼 있는 탓에 착공 전 사업지들에서 더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정비사업 조합이 ‘서울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실착공 후에는 계약금액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노른자위 땅에 2000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반포 3주구도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조합과 조만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마감재 고급화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건축 전문변호사는 “최근 한 공사 현장의 발주처에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데 금액을 올려줘도 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문해왔다”며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자 이 같은 자문 또한 이어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오른 공사비를 해결하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완화만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분양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올라버린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라버린 비용을 수입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분양가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