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도체 기업 해외 M&A 지원은 없어
삼성·SK·LX M&A 추진 검토 이어져
해외기업 딜, 中 도시봉쇄 등 기업 영향…외교력 중요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LX그룹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추진이 전망되고 있지만,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에는 반도체 해외 M&A지원책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반도체를 ‘경제안보’로 인식하고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가운데 한국 반도체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적 지원사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코로나19에 따른 도시봉쇄로 반도체 주요부품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도 확산되고 있어,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도 더욱 요구되고 있다.
▶반도체 M&A, 국정과제엔 빠졌다?=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12일 “인수위 차원에서 반도체 M&A 지원방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M&A도 중요하고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로 접근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쓰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서도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전문인력 양성 등의 방안은 있었지만 M&A 지원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인수위는 대기업 중심인 산업 생태계를 강소기업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팹리스(설계전문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을 먼저 육성하고 파이를 우선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M&A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다. 팹리스도 많지 않고 파운드리도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고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K·LX 등 반도체 M&A 추진…“외교력도 필요”=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의미있는 M&A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마코 치사리 부사장 같은 반도체 M&A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영국 최대 팹리스 ARM을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다양한 반도체 기업의 M&A를 검토 중이며 그중 ARM의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팹리스인 LX세미콘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는 LX그룹도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삼성, SK, LX 등은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몸집키우기’도 중요한 상황이다. 대규모 M&A를 통해 기술경쟁력 확보, 신사업 진출 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반도체 M&A는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각국 규제당국이 승인을 지연하는 등 예상되는 난관이 많다. 매그나칩의 경우 미국 규제당국이 기술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승인을 지연했고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 인수를 포기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도 독과점을 우려한 미국·유럽 등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M&A에 외교 역량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말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에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교적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관계와 외교적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M&A 등을 포함해 일본 수출규제나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 비즈니스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中 도시봉쇄로 반도체 직격탄, 돌파구는=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분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정책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 플래시 웨이퍼 가격이 2분기보다 5∼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현물가도 제품별로 1주 전과 비교해 0.3%∼0.6%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PC, 노트북,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시안 봉쇄로 낸드플래시 생산에도 차질을 빚었다. 중국 전역에서 봉쇄 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전자·반도체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고 상하이와 쿤산 등의 주요 테크 업체들의 매출 감소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