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통해 신규 자본 유치·기술 개발 등 이점

르노·포드 등 분사 공식화…조직 규모 축소도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전기와 내연은 완전히 다르다”…車업계, 전기차 분사 카드 ‘만지작’ [비즈360]
르노그룹 본사.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의 분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투자 가치를 높이고,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미 프랑스 르노, 미국 포드 등은 전기차 사업 분사를 공식화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분사 계획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가 주최한 ‘퓨처 오브 더 카 2022 콘퍼런스’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은 두 개의 다른 스포츠”라며 “서로 다른 스포츠를 하는 두 팀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은 산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신규 자본 유치, 신속한 기술 개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산업의 분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드 메오 CEO는 “내연기관의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래된 게임”이라며 “전기차를 성장 사업으로, 내연기관을 안정적인 현금 창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연기관 사업의 효율화, 비용 절감을 추구해 일부 마진을 전기차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분사 기업의 가치가 증명되면 별도 상장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르노에 앞서 포드는 지난 3월 ‘전기차(포드 모델e)’와 ‘내연기관(포드 블루)’ 부문이 분리된 새로운 기업 구조를 발표했다. 포드는 신규 법인을 통해 2026년까지 연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도 세웠다.

짐 팔라 포드 CEO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은 조달, 공급망, 인재, 경영의 흐름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분사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 사업 부문 분사를 통해 테슬라, 리비안 등 전기차 신생 기업으로 집중된 자본과 관심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사업 분사는 비대해진 조직 규모를 ‘슬림화’하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 포드는 전기차 분사 계획을 내놓으며 미국 엔지니어링팀에서 580여 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차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 수는 50%, 고용은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조직이 가벼워지면서 빠르게 변하는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외에도 우수 인력 확보 등에서도 분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전기와 내연은 완전히 다르다”…車업계, 전기차 분사 카드 ‘만지작’ [비즈360]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사업 분사에 나서며 현대차그룹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각각 ‘아이오닉’, ‘EV’ 시리즈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사업을 별도로 분사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인력 재배치, 분할 상장 등에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현대차그룹은 국내 생산라인을 정비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해외에는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기 위해 울산 1공장에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2월 충남 아산 공장의 설비 공사를 마쳤다. 아산 공장에서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가 생산된다. 여러 차종을 함께 생산하기 위해 일부 공장 개조 작업도 진행형이다.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국에 들어설 전망이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새로운 전기차 공장을 짓는 방안을 두고 현지 주정부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는 기아 미국 생산 거점이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7’과 ‘EV9’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와 내연은 완전히 다르다”…車업계, 전기차 분사 카드 ‘만지작’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