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큰 위험이 큰 수익을 담보한다’고 잘못 해석해 끝내 큰 손실을 마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안으로 ‘하이 임팩트, 하이 리턴’은 어떨까.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를 이끄는 한상엽 대표가 제안한 투자 전략이다. ‘임팩트’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긍정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저 착하게만 들릴 수 있으나, 유의미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기업은 투자처로도 손색이 없다. 실제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임팩트 기업 중에는,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뛴 곳도 있다.
“최근 금리 인상이나 양적 긴축 등으로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후 쪽만큼은 투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대다수 자본가는 예측합니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할 임팩트 기업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한 대표는 ‘기후 위기’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임팩트의 크기는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례한다.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기후 위기야말로, 임팩트 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인 셈이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투자가 어떤 보상을 안겨줄지, 최근 한 대표를 만나 물었다.
-소풍벤처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소풍벤처스는 사회문제 해결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비즈니스의 방법으로 하려는 초기 기업가들을 찾고 투자해 단기간 급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통상 임팩트 투자사, 혹은 임팩트 액셀러레이터라고 하죠. 설립된 건 2008년으로, 국내 임팩트 투자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설립된 곳 중 하나입니다. 설립 이후 110여개 회사에 투자해 왔고, 현재 250억원 정도 운용하고 있어요.
한 대표가 소풍을 이끌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이전에는 위즈돔, 넥스터스 등 소셜벤처를 창업한 기업가였는데, 소풍의 투자를 받았던 것이 인연이 돼 투자업에 뛰어들었다.
“소풍을 설립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창업자가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창업을 왜 한 거냐, 결국 사회적 임팩트를 많이 만들려고 한 것 아니냐, 회사 하나 잘 키웠을 때 창출될 임팩트와 수백개 소셜벤처를 도왔을 때 창출될 임팩트 중 뭐가 크겠냐.’ 저는 후자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투자자로 변신했습니다.”
-‘착한 투자’는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운용 펀드의 성과는 어떤가요?
“2년 전 결성한 펀드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아직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의 기업가치 및 저희의 지분율 등을 계산해 보면, 연간 내부 수익률(IRR)이 80% 정도 나오고 있어요. 투자금을 회수한 기업은 네 곳이 있는데, 기업가치가 최소 2~3배, 많게는 10배가 뛰었고요. 이렇듯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다 보니까, 2년 전에 출자해주셨던 분들 중 절반 정도가 저희가 최근에 새로 결성한 펀드에 다시 투자해주셨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어떤 기준을 갖고 평가하나요?
“임팩트 기업에 투자한다고 하면 사실 임팩트가 도대체 뭐야 하는 생각부터 들죠. 손에 잘 잡히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임팩트의 네 가지 특성을, 단어(impact) 앞글자를 따서 설명해 드리곤 합니다.
우선 ‘인텐션(intention)’인데요. 뚜렷하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며, 그 혁신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그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봐요. 그다음 ‘메저러블(measurable)’. 창출하고자 하는 임팩트가 의미 있는 규모로 창출되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갖고 있어야 해요. 세 번째는 ‘포텐셜(potential)’입니다. 그 기업이 창출해낸 임팩트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이 바뀔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거죠.
마지막이 ‘액셔너블(actionable)’이에요. 정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실현 가능한지를 보는 건데요. 의도도 좋고,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정말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영역이라 할지라도, 결국 실행 불가능하면 안 되겠죠. 저희는 이렇게 네 가지 차원에서 임팩트를 평가합니다.”
-최근 소풍은 기후위기 대응 기술에 주목한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어떤 취지가 담겼나요?
“기후 환경이 과거와 현격히 다르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매년 역대급 가뭄, 혹한, 혹서가 찾아오고 있죠. 얼마 전 경북과 강원도에서도 역대급 산불 피해가 있었고요. 전 세계 수천명의 과학자가 모여서 내는 보고서만 봐도, 다음 세대나 그다음 세대에는 재앙적 수준의 기후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우울하죠. 하지만 한편으론, 기후 문제를 적절한 기술로 해결해낼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날 자본이 창출해야 할 가장 큰 임팩트가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답은 기후였습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해낼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데에 우리 자본을 투입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른 거죠.”
소풍의 기후 펀드는 약 10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기후 섹터 투자를 주목적으로 결성된 펀드 중 100% 민간 자본으로 결성된 두 번째 펀드다. 앞서 또 다른 임팩트 벤처캐피털 인비저닝파트너스가 약 7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한 바 있으나, 주로 시리즈A·B라운드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소풍은 이보다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수익 차원에서 기후 펀드를 평가한다면?
“단순히 사회적 가치만 보고 기후 섹터에 접근한 건 아녜요. 기후 섹터는 현재 어느 산업과 비교해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현재 전 세계 벤처 투자금 중에 14%가 기후 섹터를 향하고 있다고 해요.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150조원 정도인데, 연간 성장률도 20~30% 정도로 가파르죠.
최근 금리 인상이나 양적 긴축 등으로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후 쪽만큼은 투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대다수의 자본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설정한 목표 수익률은 10%입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업계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데,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우리나라에서 기후 테크 창업에 나선 기업가가 충분히 많은가요?
“투자를 하고 싶긴 한데 창업자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업계 분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눕니다. 기후 테크는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렇다 보니 꼭 필요한 기술 전문가들이 창업에 나서지 않고, 대기업이나 연구소 등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죠. 그들이 안정적인 환경을 박차고 나와 창업에 뛰어들게 만드는, 또 다른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풍은 이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장학금 사업에까지 나섰다. 이 사업은 단순히 학업을 지원하는 취지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테크 창업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사무 공간을 대여하며, 경영 전략 컨설팅은 물론 법률·특허 지원까지 쏟아붓는다. 특히 기술 전문가들과 경영 전문가들을 나눠 선발해, 이른바 ‘케미’가 맞는 창업 동료를 만나도록 지원한다.
“임팩트 클라이밋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 문제를 해결해 나갈 분들을 찾고 있어요. 선발된 분들에겐 우선 창업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장학금을 드릴 예정이고요. 그 밖에 상상 가능한 모든 전문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업에 성공하신다면, 저희의 기후 기술 펀드를 통해 투자 유치까지 빠르게 연계될 수 있을 거예요.”
-기후 테크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하는 영역이 있을 듯한데요.
“사실 모든 게 기후와 연결됩니다. 하지만 탄소 저감 측면에서 더 큰 임팩트가 창출될 수 있는 영역에 더 주목하고 있어요.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에너지, 두 번째가 순환경제, 세 번째가 농식품입니다.
에너지 분야에선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등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라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도 가상발전소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영역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은 부분에 관심이 많았고요. 순환경제 분야에선, 폐기물 선별장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솔루션이라거나, 다회용기를 회수하고 순환시킬 수 있는 솔루션, 플라스틱 분해 솔루션 등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농식품 분야는, 기후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예요. 대체육 기업,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려는 기업,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기업,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곤충에 주목하는 기업, 스마트팜 개발 기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에요.”
-누구나 ESG를 내거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보니 ‘그린워싱’도 적지 않고요. 판별 기준이 있으신가요?
“이건 유의미하고, 저건 그린워싱이다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업계가 참고하는 기준은 있어요. 생애주기에 걸친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라는 개념인데요. 단순히 ‘종이를 이만큼이나 덜 썼어요’ 하는 등, 일부 영역에서 탄소를 줄여냈다 해서 녹색기업이라고 설명하는 게 아니에요. 그 회사가 관여하는 밸류체인 전체에서 발생되는 탄소가 얼마인지부터 확인하고, 작년 대비 무엇이 늘었고 줄었는지 전체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거죠. 또 그런 노력이 얼마나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중요하고요.”
기후 위기 해결에 진심인 역량 있는 기업가라면, 그 어느 분야에서보다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한 대표는 자신했다. 기후야말로 가장 크게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며, 창업에 성공한다면 경제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명성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표현 많이들 쓰시죠. 저는 ‘하이 임팩트 하이 리턴’이라고 생각해요. 기후 섹터는 다른 어느 섹터보다도 후속 투자를 받기 용이하실 겁니다. 그 투자금을 토대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낸다면,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 전 지구적 지속 가능성에 기여했다는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여정에 많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