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급격한 입법절차 추진
불명확 규정·조사 불충분 소지
檢, 정부입법정책협 소집 요청
법안 공포 늦추기 수단 총동원
법무부 중심 헌법소송 검토도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로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선 범죄 사건의 ‘수사-기소 분리’가 가시화 되면서 9월 이후 일선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 박탈’ 입법이 마무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검찰은 법안 공포를 늦추기 위한 수단을 총동원하면서 향후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다투기 위한 대비에 나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 이후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해결을 구하는 제도인데 검찰이 권한쟁의 심판의 청구 당사자였던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법무부를 중심으로 헌법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법제처에 법안들이 국회 의결 후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 요구에 관한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하면서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법령안에 대한 기관 사이 이견 해소를 위한 절차다. 법안 공포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셈이다. 한 달 사이 급격하게 추진된 검찰 수사권 박탈 입법 절차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 후 이미 통과된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대통령 공포가 이뤄지면 모든 절차가 일단락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대로라면 검찰의 직접 수사 외에도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역시 상당 부분 제약이 불가피하다. 경찰이 내린 결론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면서 논란도 생기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 공포만을 남겨둔 검찰청법 개정안은 결국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를 현행 6개에서 부패·경제범죄 2가지로 줄이고, 수사 개시 범죄를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통과됐다. 공포 후 4개월 뒤 시행된다는 점에서 오는 9월이면 새 규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는 물론 학계와 법조계에선 당장 시행 이후 현실적 문제점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가 불가능한 반면,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서 파악된 범죄를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지에 관해 입법 의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충분하게 조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 피의자가 재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련 서류를 첨부하거나 판례를 검토해 수사보고서를 첨부하는 것도 수사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검사에게 넘기다 보면 해당 부서에서 더 이상 검토할 수 있는 검사가 남지 않아 수사가 덜 된 상태로 기소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소할 때 결재에 참여한 부장, 차장, 검사장 등 지휘 라인이 수사 검사에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경우 수사-기소 분리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수완박’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는 결국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만 남기고, 선거범죄는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통과됐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 주요사건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범죄 유형이란 것이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공직자범죄에 포함되는 직권남용에서 단서가 포착돼 부패범죄로 수사가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이제 공직자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형사건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이 직접수사부서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도 논란이다. 검찰은 이 규정으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권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직제나 인원을 보고하도록 하면 수사 대상에게 누가 수사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셈이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외압에 대한 우려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입법권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행정에 작용하는 것이어서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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