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존재감’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5000여개의 파이프, 68개 스톱, 4단 건반

“건반악기이면서 관악기의 특성”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은 5000여개의 파이프, 68개의 스톱, 4단의 건반으로 구성돼있다.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에서 제작을 맡아 디자인의 개발부터 설치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디자인과 도면 제작에만 9개월,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 2개월, 설치 3개월, 조율 4개월, 테크니컬 테스트에 5개월이 들었다. 제작 비용만 해도 약 25억원이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은 5000여개의 파이프, 68개의 스톱, 4단의 건반으로 구성돼있다.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에서 제작을 맡아 디자인의 개발부터 설치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디자인과 도면 제작에만 9개월,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 2개월, 설치 3개월, 조율 4개월, 테크니컬 테스트에 5개월이 들었다. 제작 비용만 해도 약 25억원이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건물 3층 높이로 파이프 오르간이 줄줄이 배열됐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파이프의 뒤로 향하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고 높은 통로가 나온다. 저마다의 생김새와 길이를 가진 5000여개의 파이프가 위로 솟구쳐 ‘신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다시 밖으로 나와 파이프 아래 연주대(콘솔)로 향하면 연주자가 손과 발을 움직여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는 플루트라고 적힌 스톱(Stop) 버튼을 누르며 신비로운 새소리를 품은 음색을 들려줬다.

오르간이 소리를 내는 과정은 기존의 건반악기와는 다르다. 박준호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르간은 관에 바람을 집어넣어 소리가 나는 악기”라며 “연주대, 송풍기관, 파이프의 3개 요소를 갖춰야 오르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은 건반악기이면서 관악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은 5000여개의 파이프, 68개의 스톱, 4단의 건반으로 구성돼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은 5000여개의 파이프, 68개의 스톱, 4단의 건반으로 구성돼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국내 양대 클래식 공연장 중 하나인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당도하면 ‘웅장한 자태’의 은빛 파이프 오르간을 만나게 된다. 로비에서 오디토리움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악기이기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은 ‘공연장의 얼굴’로 불린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에서 제작을 맡았다. 디자인의 개발부터 설치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디자인과 도면 제작에만 9개월,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 2개월, 설치 3개월, 조율 4개월, 테크니컬 테스트에 5개월이 들었다. 제작 비용만 해도 약 25억원이다.

당시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의 설계를 담당한 전기 테크니션 유르겐 한트스탕어는 “파이프 오르간은 솔로 악기로도 훌륭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음향적으로 오케스트라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라고 말했다.

[영상=시너지영상팀]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 오르간이 내지 못할 음색은 없다. 소리를 내는 수천 개의 파이프,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상자, 오르가니스트가 앉아 연주해야 할 연주대(콘솔)가 있으면 모든 연주가 가능하다. 연주대에서 건반이 눌리면 파이프의 마개가 열리고, 파이프를 통해 바람이 전달돼 소리가 난다. 이 ‘바람’이 모이는 곳이 바로 ‘바람상자’다. 사람의 몸에서 ‘폐’와 같은 역할이다. 바람상자는 파이프가 꽂혀 있는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은 파이프 5000여개와 4단의 건반으로 구성돼있다. 건반은 가장 하단부터 하프트베르크(Hauptwerk), 포지티브(Positiv), 레시(Récit), 솔로(Solo)라고 부른다. 발로 연주하는 발건반도 있다.

파이프 오르간이 내지 못하는 소리는 없다. 소리를 내는 수천 개의 파이프,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상자, 오르가니스트가 앉아 연주해야 할 연주대(콘솔)가 있으면 모든 연주가 가능하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 오르간이 내지 못하는 소리는 없다. 소리를 내는 수천 개의 파이프,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상자, 오르가니스트가 앉아 연주해야 할 연주대(콘솔)가 있으면 모든 연주가 가능하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색을 결정하는 ‘스톱’이다. 박준호는 “오르간은 굉장히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스톱 덕분”이라고 했다. 스톱은 여러 개의 악기와 같다. 모든 스톱에는 숫자와 악기의 종류가 적혀있다. 숫자는 음색의 명칭을 숫자화해서 표현한 일종의 ‘암호’이고, 악기 명칭은 해당 악기의 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바이올린, 플루트, 비올라 등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들어있다.

오르가니스트들은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스톱을 눌러두고 발로는 낮은 음을, 두 손으로는 4단의 건반을 오가며 연주한다. 연주자가 선택한 스톱과 음들에 해당하는 밸브가 열리면 바람을 파이프로 내보내 소리가 나는 것이 파이프 오르간의 원리다. 스톱에선 파이프 길이에 따라 소리도 달라진다. 파이프의 숫자, 스톱의 개수가 많을수록 파이프 오르간은 더 많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오르간을 풍성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내는 ’악기의 제왕‘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소리를 품은 데다, 악기 하나가 공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인 만큼 파이프 오르간의 관리와 점검은 쉽지 않다. 파이프 오르간을 만든 소재의 특성을 살펴야 하는 목공 분야, 작동 원리에 관여하는 전기, 전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다.

발 건반 연주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발 건반 연주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유르겐 한트스탕어도 현재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점검을 시작했다. 그는 “이동식 연주대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파이프오르간 아래 고정된 연주대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동형 모바일 콘솔(연주대)을 통해서도 연주할 수 있다. 전기장치로 본체와 연결하면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특히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조율을 맡고 있는 안자헌 오르간 빌더는 “18∼20℃가 오르간에 가장 좋은 온도이지만 국내에서 이 조건을 항상 충족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며 “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관리하고, 연주 때는 조명이나 관객에 따른 온도 상승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대만 보면 피아노와 닮았으나, 조율 방식도 다르다. 안자헌 빌더는 “파이프 오르간은 5000개의 파이프를 연습 때마다 조율하진 않는다”며 “음정 변화에 둔감한 음색도 있고, 민감한 음색도 있다.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관리하고, 연주 때는 조명이나 관객에 따른 온도 상승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콘서트홀은 다음 달 10일 영국의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연주회를 시작으로 3년 만에 리사이틀인 ‘오르간 시리즈’를 다시 연다. 하반기인 11월 30일에는 프랑스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미셸 부바르가 리사이틀이 예정돼있다. 또 ‘오르간 오딧세이’를 진행, 오르간 연주를 감상하고 기능과 특징 등을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7월 20일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 12월 21일에는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무대를 꾸민다. 테너 김세일은 오르간의 원리와 특징을 설명하는 ‘콘서트 가이드’로 함께 한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