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그들이 무의도로 몰려왔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지난 17일, 주말을 맞아 무의도에 대규모 행렬이 등장했다. 무의도는 캠핑족의 성지로 급부상한 곳. 버스를 타고 섬을 찾은 이들이 손에 든 건 텐트도, 폴대도 아닌 바로 마대자루다. 휴일을 맞아 쓰레기를 줍고자 전국 각지에서 무의도를 찾은 이들. 이들의 특별한 주말을 정리했다.
이날 행사는 씨셰퍼드코리아, 와이퍼스, 디프다제주, 페셰, 발런티어코리아 등 5개 단체가 연합해 열린 플로깅 행사다. 황승용 와이퍼스 닦장은 “100명 정도로 모집을 공고했는데 총 180여명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플로깅 장소는 무의도 내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는 지역. 백패킹 성지로 불리면서 최근 캠퍼들의 유입이 급증하는 지역이다. 방문하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할 만큼 가는 길도 쉽지 않다.
무의도는 해변으로 밀려오는 쓰레기가 많아 플로깅단체가 집중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의도 세렝게티지역도 백패커 등으로부터 해양쓰레기가 많다고 알려지면서 플로깅단체가 주목한 지역이다. 이후 단체 연합으로 플로깅 행사를 기획하게 됐고, 그 결과 지난 주말 180여명에 이르는 역대급 인원이 플로깅에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초등학생부터 50대 시민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가 총집결했다. 서울, 남양주, 분당, 용인 등 수도권은 물론 세종이나 전주,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플로깅 행사에 참여했다.
각종 쓰레기 외에도 그물이나 밧줄 등 각종 폐어구도 수거했다. 폐어구는 해양쓰레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의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거한 한 해 해양쓰레기 총량은 13만8362t. 전년 대비 27% 급증했다.
쓰레기 총량 자체도 늘었지만 더 주목할 만한 건 쓰레기의 출처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해양쓰레기는 육지에서 밀려온 쓰레기와 해상에서 발생한 쓰레기로 나뉘는데, 그 비중이 40%, 60% 정도(나무 등 초목류 제외)다. 40%를 차지하는 육지쓰레기 중 해안가에서 발생한 쓰레기 비중은 22%이며, 나머지는 하천 등을 타고 밀려온 쓰레기들이다. 즉, 육지에서 발생한 쓰레기 대부분은 홍수 등으로 밀려온 쓰레기라는 의미다. 보완책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60%를 차지하는 해상쓰레기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쓰레기(75.5%)가 바로 폐어구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해양쓰레기에서 가장 시급한 게 바로 폐어구란 의미다.
이날 플로깅에서도 각종 폐어구가 넘쳐났다. 소위 ‘지구충치’라고 불리는, 땅에 묻혀 있는 폐어구 쓰레기도 나왔다.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충치를 뽑아내듯 애를 쓰며 쓰레기를 끄집어냈다. 이날 하루 동안 수거한 쓰레기 총량은 무려 7만1840ℓ. 특·대형부표 약 30개, 폐밧줄과 폐그물 등 무게를 측정할 수 없는 폐어구도 500㎏ 이상 수거됐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산업법 개정안에는 폐어구 관련대책도 담겼다. 어구실명제나 어구보증금제 등이 그 골자다. 어구관리 책임을 부여해 폐어구를 줄이고, 보증금제를 도입해 폐어구 수거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제도가 정착되면 폐어구 수거에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플로깅에 참여한 이들도 보람을 공유했다. 이들은 활동후기 등이 담긴 SNS에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뿌듯했고 또 가고 싶다” “너무 멋졌던 하루였다” “바다를 정말 잘 닦았다”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에는 제로웨이스트숍 ‘공가게’의 고체치약, 와이퍼스의 대나무칫솔, 페셰의 아크릴 업사이클링 만능짜개 등이 전달됐다. 황 닦장은 “180명이라는 시민의 에너지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며 “힘들었지만 어느 때보다 재미도, 보람도 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