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 검사 인터뷰
“수사권 박탈, 국민들 즉각 피해 나타날 것”
검찰 2차수사로 ‘계곡살인’ 추가 혐의 확인
“검찰 수사 폐지 공백 없애는 데 최장 70년”
“수사 필터링 사라져 기소·무죄 높아질 것”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형사사법제도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실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이 시행되면 그럴 수 없게 되는 거죠.”
‘계곡살인’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조재빈(52·사법연수원 29기) 인천지검 1차장 검사는 “수사권 박탈은 곧 헌법이 보장하는 검찰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즉각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31), 조현수(30) 씨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18일 인천지검 사무실에서 조 차장검사를 만났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의 2차수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 사건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피해 달아났던 이씨와 조씨는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검거됐다. 검찰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이례적으로 신원을 공개하며 공개수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주임검사 혼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재수사는 이두봉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 김창수 형사2부장이 부임한 7월 이후 급물살을 탔다. 조 차장검사는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업무보고가 이뤄진 후 의심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규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졌고 수사팀이 확충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부장검사와 검사 2명, 수사관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씨와 조씨 사이 텔레그램 대화 등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이씨와 조씨가 복어 독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용인의 한 낚시터 물에 빠트려 피해자 윤모씨를 살해하려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신체에 물리적인 접촉 없이 발생한 살인사건이어서 계획적 살인 혐의를 찾아내기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검찰이 여러 번에 걸친 범행 시도와 보험계약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냈기에 구속 수사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조 차장검사의 설명이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걸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쌓아온 수사 기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국가의 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이 70년 됐는데 그동안의 노하우가 전체 검찰청 개별 사건에 묻어 있다”며 “그걸 한순간에 없앤다고 하면 공백을 메우는 데 최장 70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조 차장검사는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중미산 일가족 살인사건’ 수사 경험을 수사팀에 전하기도 했다. 그는 건설, 토목비리 분야에서 수사 전문성을 인정받아 공인전문검사로 ‘블루벨트’를 인증받은 검사이기도 하다.
조 차장검사는 그대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법이 시행되면 검찰이 경찰 수사를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소 자체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무죄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흔히 송치사건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을 보자면, 이제는 경찰에서 수사한 사안을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기소하는 검사 입장에서 유죄의 확신이 낮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자신이 없으면 검사가 직접 보완해서 결정하던 것을 할 수 없게 되니 앞으로는 아예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범죄 피해자 관점에서 보자면 명백한 피해를 입고도 수사기관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범죄자가 처벌은커녕 기소도 되지 못하는 상황을 빈번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차장검사는 특히 성범죄처럼 진술 외에 뚜렷한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들의 경우 사건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차장검사는 그동안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했던 대형 부패범죄 대응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에선 소위 ‘6대범죄’가 작년에 4000건 정도 발생했고 이를 경찰에서 나누면 하나의 관서당 10건씩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하지만 특수 사건의 경우 한 사건에 여러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투입되고 조직된 수사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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