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차 수사 기회까지 원천 봉쇄
영장 청구도 경찰이 신청해야 청구
경찰 구속 기간도 최장 20일까지
경찰 불법 체포, 석방 명령권도 없애
검찰총장 22명중 8명만 임기 채워
윤석열도 수사권 박탈에 반발 총장직 던져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에 반발해 1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 제출 법안이 단순히 검찰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권을 무력화하는 등 사실상 검찰청 폐지에 가까운 내용을 담으면서 검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소위 ‘검수완박’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해야 검찰이 영장 청구 가능…위헌 논란도
국회에 제출된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검사의 압수수색 청구권을 규정한 215조 1항이 전면 삭제됐다. 반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권한은 그대로 남겨놓았다.
이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검찰은 범죄혐의를 인지하더라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경찰이 신청해야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 청구 주체는 경찰이 되고,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대리인 역할만 하게 된다. 현행 경찰 구속기간 10일도 최장 20일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대해서는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12조는 체포 영장, 압수수색 영장, 구속 영장 청구 주체를 검사로 정하고 발부는 법원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직접 영장을 청구할 경우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법조인인 검사가 한 번 심사하도록 정한 규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대로라면 검사는 경찰이 신청할 때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이 구속하겠다고 정한 피의자를 검사가 불러 심문할 수도 없다.
경찰이 불법 체포한 경우, 검사가 석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손을 봤다. 검사가 변사체에 대해 부검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명령이 아니라 ‘요구’로 바꿔 사실상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길을 열었다.
검찰의 2차 수사도 완전 봉쇄…‘계곡 살인’ 담당검사도 반발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도록 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검찰 개혁안이 실행되면서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주요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검찰에 송치할 경우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민주당 법안은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규정했다. 사실상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는 셈이다.
전날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를 검거한 인천지검 형사2부 김창수 부장검사도 이 부분에 대해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김 부장검사는 1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매우 난감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수 밖에 없었다”며 “공개수사 역시 이례적으로 검찰이 직접 할 수밖에 없었고, 살인사건도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직접 수사가 유일한 길일 수도 있음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칭 ‘검수완박’의 위협이 현실화 되고 있지만 진실을 밝히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 죗값 받아내겠다”며 “검사 수사 전면 폐지 이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영역들은 어느 의원의 말처럼 ‘증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8년 총장 임기제 도입됐지만 중도 퇴진 대부분
민주당이 제출한 이 법안에는 의원 171명이 서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안에 반대하며 17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김 총장의 사직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시점은 대검 간부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법안에 대한 의견을 낼 예정이었다.
김 총장은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이 경우에도 공청회, 여론수렴 등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모쪼록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1988년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그동안 22명의 총장 중 임기를 채운 사례는 8명 뿐이다. 김 총장의 전임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발해 사직했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jyg9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