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꽃길 3년만에 개방
거리두기는 사실상 유명무실
“정말 오랜만에 야외에서 돗자리도 깔고 밥도 먹었어요. 기분은 좋은데 벚꽃보다 사람이 많네요”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에 거주하는 황호(36)씨는 오랜만에 7살인 아들과 함께 공원을 찾았다. 황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때문에 아들이랑 집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코로나가 거의 끝나는 분위기라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초여름날씨였던 지난 주말, 서울 지역 꽃명소 곳곳에는 사람이 대거 몰렸다. 여의도 벚꽃길을 비롯해 종로구 창덕궁, 마포구 경의선숲길은 발 디딜 틈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코로나 종식과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면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거리두기 정책을 경계했다.
여의도 윤중로는 지난 9일부터 벚꽃길 보행로가 3년만에 전면 개방됐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봄에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면 통제됐고, 지난해에는 추첨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벚꽃을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를 찾은 시민은 9일 하루 10만명을 넘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사람이 몰리면서 치킨집 직원도 덩달아 바빠졌다.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는 한강공원의 배달존에는 사람들이 빽빽히 서 있었다. 치킨집 직원인 강용석(56)씨는 “토요일 하루동안 배달한 치킨만 해도 100건 넘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하루에 10건 넘게 배달한 날이 손에 꼽혔는데 이제는 사람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했다. 편의점, 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배달존에 서 있던 중학생 박가은(16)양은 “친구들과 놀러왔는데 사람도 많고 그늘이 있는 자리를 잡기도 어려웠다”며 “피자를 시켰는데 음식 먹고 사진을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주요 명소에서 거리두기는 사실상 사라졌다.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봄꽃산책을 위한 거리두기’ 안내판이 있었지만, 안내판에 적힌 ‘1m 거리두기’, ‘에스컬레이터 안전거리 유지’를 지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오후 2시임에도 불구하고 한강공원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쓰레기로 가득찼다. 바람이 불때마다 페트병· 과자 봉지와 같은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도 보였다. 한강공원에서 만난 대학생 도모(21) 씨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며 “여의도 근처에 살아서 한강공원을 자주왔는데 오늘이 제일 사람이 많은 날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기있는 음식점 외에 다른 가게 사장님들은 여전히 울상이었다. 마포구에서 6년째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유동인구가 늘어났다는데 노래방은 여전히 사람이 없다”며 “그래도 주말 손님은 조금 늘어나 전보다는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이제는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3년이 됐기도 했고, 확진자도 줄고 있어 코로나 종식이 다가왔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져서 대면 수업을 갈 생각에 슬프지만 조만간 학교를 자주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최규희(16)양은 “코로나 확진된 경험이 있는데, 예상외로 아프지 않았다”며 “걸린 사람들도 많고, 그 중에서 증상이 약한 사람도 많아서 코로나를 감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1)씨는 “올해는 꽃 축제를 시작으로 락페스티벌이나, 야외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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