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자로 그어놓은 듯 반듯하다. 잔물결이 일거나 큰 파도가 몰아치는 때도 있지만 바다 표면은 대체로 굴곡 없이 편평해 보인다. 바닷속에는 실제로 넓고 평탄한 심해저평원이 있다. 육지처럼 산이나 산맥, 언덕, 골짜기 등이 있고 화산도 있다. 바닷속에 있는 산은 ‘해산’, 산맥은 ‘해저산맥(해령)’, 언덕은 ‘해저구릉’, 골짜기는 ‘해구’ 또는 ‘해연’, 화산은 ‘해저화산’ 등으로 불린다.
물로 덮여 있는 바다의 밑바닥 모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은 연구선에 장착된 음향측심기를 이용해 항해하면서 자동으로 해저 지형도를 그려낼 수 있다. 음향측심기는 소리를 이용해 수심을 재는 장비다. 배에서 음파를 쏘아 단단한 바다 밑바닥에서 반사돼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잰다. 물속에서 음파가 전달되는 속도를 알기에 걸린 시간의 절반에 속도를 곱하면 수심을 계산할 수 있다.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해 바다에서 수심을 잰다. 바닷속에서는 온도나 염분 등에 따라 바닷물 밀도가 달라지면서 소리의 전파 속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초속 1450m쯤으로 공기 중에서보다 약 5배나 빠르게 전달된다. 소리는 물속에서 더 빠르게 멀리까지 전달되므로 수심을 재는 좋은 수단이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요섭 박사 탐사팀이 2017년 탐사 도중 북태평양 괌 동쪽 520㎞ 지점 바다 속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해산을 발견했다. 해산은 주변보다 1000m 이상 솟아 있는 지형을 말한다.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이름을 붙일 기회를 갖는다. 발견 이후 ‘정약전해산’이라 이름 붙이고, 국제해양학위원회와 국제수로기구 산하 해저지명소위원회에 지명 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그간의 노력으로 지난 3월 24일 등재가 확정되었고, 북태평양 먼바다에서 정약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쾌거는 2018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름을 딴 ‘키오스트 해산’을 등재한 이후 4년 만이다.
처음에는 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한 탐사였기에 배 이름을 따서 ‘이사부해산’으로 명명하려 했다. 그러나 이사부해산은 독도 동쪽 약 42㎞ 지점 해저에 이미 있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독도 인근에는 이 밖에도 안용복해산과 심흥택해산이 있다. 물밖에 드러난 독도를 제외하고 3개의 봉우리는 모두 물밑에 있다. 이사부해산의 정상은 수심 136m 아래에 있다. 이사부는 신라의 장군으로, 우산국을 합병하여 신라의 해양 영토를 넓힌 공적이 있다.
새롭게 발견한 해산 이름인 정약전은 조선시대 ‘자산어보’를 집필한 실학자이자 해양생물학자이다. 흑산도로 유배 가서 바다에 사는 생물의 특징과 생태 등을 연구하여 1801년 자산어보를 펴냈다. 우리나라 해양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하여 후배들이 정약전해산이라 명명했다.
정약전해산의 기저부가 자리한 곳은 수심 5900m이고, 정상은 4629m로 높이는 1271m다. 폭은 약 8㎞이며, 정상부는 움푹 함몰된 칼데라 지형이다. 칼데라는 한라산의 정상에 있는 백록담과 같이 화산 분화구 주변이 붕괴되면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양에서 우리 연구선이 탐사활동을 하면서 우리말 이름이 붙은 해저 지형이 점점 늘고 있다. 북서태평양에 정약전해산이라는 해저 지명이 등재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우리나라 해양과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라 하겠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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