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카우 프로젝트’ 장성은 요크 대표 인터뷰
교육 뒷전인 빈곤국 아이들, 학교로 불러낸 마법
“학교는 교육의 장일 뿐만 아니라 안전한 장소”
지역사회 커피 농장 급수 프로젝트도 시작
‘솔라카우(solar cow)’는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내는 소다. 아이들은 필통만 한 크기의 랜턴을 들고 학교에 나와, 해가 떠있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태양광 발전기에 끼워 둔다. 그 발전기는 소처럼 생겨서, 하교 때 아이들이 랜턴을 뽑아가는 모습이 마치 젖을 짜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랜턴의 이름은 ‘솔라밀크’다.
아이들은 어두워진 저녁 이후에도 솔라밀크를 이용해 불을 밝힐 수 있다. 그 자체도 보조 배터리여서 휴대폰 등 다른 전자제품 충전도 가능하다. 전기에 대한 접근권이 전혀 없는 전 세계 13억 인구에겐 이런 배터리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이 배터리 때문에라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다.
솔라카우를 개발한 것은 지난 2012년 설립된 한국 기업 ‘요크’다. 장성은(사진) 요크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옛날 우리나라 시골에선 소를 팔아서 학교를 보냈지만, 아프리카 등 빈곤국에선 오히려 소를 키워야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못 나온다”며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내는 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사실 장 대표의 본업은 디자인이었다. 요크가 처음 내놓은 제품은 가방 등에 붙여 쓸 수 있는 초박형 태양광 충전기였다.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지만, 예쁜 디자인 덕에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판매 개시 45일 만에 12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찾았던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은 장 대표와 요크를 통째로 바꿔놨다. 장 대표는 “태양광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에너지이지만, 당시 우리 제품은 구매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다가갈 수 있었다”며 “전기가 닿지 않는 개도국 소비자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제품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빈곤국에 태양광 랜턴을 원조하는 기업 및 비영리단체는 요크 외에도 많다. 하지만 가정에 빛을 공급해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가 아이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시스템으로까지 확장시킨 사례는 없었다. 요크는 솔라밀크 외에도 태양광 에너지를 토대로 작동하는 TV를 설치하는 등 아이들을 학교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장 대표는 “학교는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요크는 빈곤국 지역사회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최근 시작했다.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학교 등이 소유한 커피 농장에 양질의 농수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학교가 소유한 커피 농장의 수익은 아이들 급식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요크는 태양광 기술을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아동 노동 문제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공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헤럴드가 주최한 ‘H.eco Awards 2021’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헤럴드에코어워드는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개인과 단체의 공적을 기리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사회적 실천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