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이 내일인데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환경단체나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4월 1일은 기록할만한 날이었다. 카페 내 1회용컵 사용 규제가 전면 재개되는 날. 하지만, 시작 전부터 거센 반론에 직면했다. 코로나 확산을 감안, 이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벌써부터 난항을 겪을 조짐이다. 환경부도 결국 ‘과태료 없는 규제 도입’이란 ‘반쪽 재개’로 물러섰다. 왜 이럴까? 정말 코로나 때문일까?
왜 갑자기?
우선 해당 규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이미 2018년 8월부터 시행됐던 제도다. 갑작스레 추가된 규제가 아니란 의미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상반기께 한시적으로 시행을 유예했고, 그 이후 다시 4월 1일부터 재개하기로 밝혔다.
관련해서 환경부도 관련 보도자료나 참고자료 등을 통해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를 알려왔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 역시 규제 재개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규제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갑자기 시행된 규제는 아니다.
왜 규제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미국의 역할(Reckoning with the U.S. Role in Global Ocean Plastic Waste)’ 보고서에 따르면, 쓰레기 배출량 중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24.3%로 전 세계 조사국 중 1위다. 즉, 버리는 쓰레기 10개 중 2.4개꼴로 플라스틱인 셈이다. 1인당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는 세계 3위로 미국, 영국 다음이다.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정말 많이 쓰는 나라다. 일회용품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왜 재개를?
정부는 2019년 말 1회용품 감소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해까지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매장 내에서 1회용컵을 금지한 것도 이 일환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심각’ 단계로 격상될 당시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1회용품 사용금지를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유예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코로나 확산 여파를 예단할 수 없던 시기인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정부 역시 ‘1회용품 사용 = 코로나 확산 방지’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걸 방증한다. 역으로, ‘1회용품 사용 금지 = 코로나 확산’이란 오해가 생긴 데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특히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쓰레기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코코로나 사태 전후로 플라스틱 폐기물은 19% 이상, 발포수지류는 14% 이상, 비닐류는 9% 이상 증가했다.
왜 코로나에?
매장 내 1회용컵을 쓰지 않는다는 건 씻을 수 있는 다회용컵을 쓴다는 의미다. 카페 매장에서 1회용컵을 써야 코로나19에 안전하다는 논리는 ▷씻어도 불안하다 ▷잘 씻지 않는다는 2가지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는 현재 식당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논리다.
1회용컵이 불안하다면, 식당에서도 그릇 대신 1회용 접시, 물컵 대신 1회용컵, 숟가락 대신 1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식당 그릇은 괜찮지만, 카페 컵은 안 된다는 논리는 모순이 있다. 환경부도 규제 재개와 관련, “이미 일반 식당에선 쇠수저, 그릇 등 다회용품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회용품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전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 115명은 지난 2020년 보고서를 통해 물체 표면을 통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일회용품이나 다회용품이 비슷하고 다회용품은 쉽게 세척할 수 있어 안전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왜 부담을?
1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매장에서 쓰는 건 분명 소상공인엔 부담될 수 있다. 크기마다 다르지만, 1회용 플라스틱 컵은 통상 30원 이하로 유통된다. 다회용컵을 쓰면 세척하고 건조 등을 하기까지 추가 시설이나 인력이 필요하다. 업주 입장에선 차라리 지금처럼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해 제공하는 게 더 효율적인 구조다.(그만큼 플라스틱은 싸도 너무 싸다.)
결국 이건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쓰레기를 줄일 것인지, 편리함을 찾아 계속 쓰레기를 양산할지.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은 연간 33억개에 이른다.
왜 매장에서만?
4월 1일부터 재개되는 1회용품 규제는 사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미완의 규제책이다. 1회용컵 사용규제는 매장 안에서만 적용된다. 테이크아웃은 여전히 허용된다. 이미 상당수 카페는 매장 내 고객에는 다회용컵을 제공 중이다. 실제 1회용컵 대부분은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시 쓰인다. 이미 곳곳에선 테이크아웃 음료 주문 시에도 1회용컵 대신 보증금을 받고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방식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등에서 소비자가 1회용품이 꼭 필요하다면 보증금제 운영 외에 이를 유상 제공하는 방식도 있다. ‘1회용품은 무상 제공’이란 인식을 바꾸는 과정이다. 소비자는 꼭 필요한 1회용품만 사용하고, 업주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당시 테이크아웃까지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헤럴드경제와 그린피스가 공동 진행한 환경 분야 공약 질의에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등까지 1회용품 무상 제공을 원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카페 등 매장 내 1회용품 사용 제한에 과태료 부과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으로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1회용품을 쓰길 원하는 소비자와의 갈등, 업주 부담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테이크아웃이 아닌 매장 내 1회용컵 사용조차 강제성 없는 규제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