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SK그룹 전경련 재가입 의사 “아직까지는 계획 없어”
인수위 ‘민관 협업’ 기조 맞춰 기업 역할 재정립 강조
“공급망 문제, 경제계와 정부 공동 대응해야”
중대재해처벌법, 형법상 접근으로 불확실성 높여
“ESG 경영은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
SK그룹의 전경련 가입 “아직 계획 없어”
[헤럴드경제=김지헌·정태일 기자] “아직 가입할 계획이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SK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 질문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여건이 되면 (재가입을)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으로선 그러한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대기업들의 수백억원 후원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체 여론이 형성됐고, 2017년 SK그룹을 비롯한 삼성,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최회장은 전경련 포함한 모든 경제단체간 협조는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라이벌 관계가 아니다”며 “경제 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이고, (단체간)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에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경제단체장끼리 만나고 있다”며,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점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규제 개혁'시 민관협력 방식의 소통 필요"
최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의 역할도 재정립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과 정부가 정책 입안부터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업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민관 공조를 중시하는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 기조에 맞춰 경제단체 및 기업들의 위상이 강화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민관 협업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 나갈 때 기업과 공동으로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규제개혁’ 관련 민관 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규제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기업 입장만 반영해 달라 얘기할 수 없다”며 “민관이 협력하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와 안보 아우르는 접근 필요…정부 도움 있어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불거진 물류 등 공급망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과 정부가 ‘한몸’이 돼야 한다고 최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공급망과 판매망 모두 이원화·삼원화 되는 부담을 단지 경제계만 흡수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접근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경제 문제가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안보의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며 “경제와 안보를 놓고 생각해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고 다른 국가와 협상 전략까지 고려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무역 자유화 이후 분명한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무역 등과 관련 디커플링 등이 심해지면 상당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 외교력도 발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형법적 접근…기업 '불확실성'만 키워"
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작심 비판했다. 최 회장은 “왜 형법으로 만들었는지 아쉽다. 기업과 관련된 경제 문제는 경제로 다뤄야 하는데 이를 형법 형태로 다루면 비용 등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다만 해당 법의 유효성을 따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으로 안전사고가 덜 일어나고 있는지 등은 관련 데이터가 쌓여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상교섭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물밑 신경전 관련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며 산업계와 소통해 온 산업부에 통상기능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 벌 주기 보다는 크레딧 주는 방식으로 ESG 경영 유도해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해서는 기업들에 ‘크레딧’을 주는 방식으로 ESG 경영방식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안 지키면 벌을 줄거야’ 식으로는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특혜(베네핏)를 주기보다는, 정부가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평가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평가를 기초로 은행 등과 거래가 이뤄지고, 점수를 많이 받은 곳을 소비자도 선호하게 되면 시장이 저절로 굴러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중요성이 높아진 디지털 인프라 대응을 위한 정부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디지털 인프라·애플리케이션(앱)을 보유한 곳은 별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코로나로 비대면 솔루션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잘 안 되는 쪽은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대한상의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고 조직의 미래전략, 임직원 행복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3번째 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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