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듯 떠나는 사람들과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과 웃음, 슬픔과 기쁨, 후회와 기대가 교차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일 것이다. 마음속 부담과 아쉬움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보다 하던 것을 다 내려놓는 사람들이 더 클 것이다. ‘벌써 끝났나’,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데’ 등과 같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쌓이다 보면 다 비워내기 쉽지 않은 것이 세상의 이치다. 더욱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 분한 마음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몽니를 부려서도, 남 탓을 해서도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몽니’가 작금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보면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은 현 정부와 함께하고 있는 일부 인사의 행태에 있다. 그중 대법관이기도 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최근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모든 시도선관위를 아우르는 수장(首長)인 노 위원장은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대변되는 ‘사전 투표 부실 관리’로 선관위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난 5일 끝내 중앙선관위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하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와중에도 그는 ‘꿋꿋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고’는 예방 못지않게 수습이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이 점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선 하루 전날 담화에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7일 선관위원 회의에서는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흔들림 없이 준비하겠다”고만 했다. 그에게서 책임지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노 위원장은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사표를 하루 만에 수리하고, 핵심 당국자들을 교체하는 등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였다. ‘소통’ 없이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노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곧 여당이 되는 야당에서 지적된 ‘사퇴론’을 지난 16일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27자의 입장문’으로 일축했다. 김 총장 재임기간에 검찰은 ‘대장동 수사 부실 의혹’을 야권 등에서 받아왔다. 김 총장 자신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 총장이 입장문을 낸 날과 같은 날 “끝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공수처는 지난해 출범 후 1년간 ‘구속·직접 기소 0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냈다.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관용차로 에스코트하는 등 ‘황제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들이 법령에 정해진 임기를 지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임기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하지만 과오와 의구심으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음에도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에 연민의 감정이 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의 첫 구절이다. 일련의 뉴스를 보다 문득 떠오른 시구(詩句)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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