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확산되는 우크라 파장
삼성 이어 LG전자도 러 선적 중단
매출·생산 타격, 70% R&D 위축
하이얼·미데아·하이센스·TCL 등
중국기업들 점유율 확대 전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각국 기업들의 철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LG전자도 물류 차질을 이유로 러시아향 선적을 중단하는 등 기업들의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영향을 받는 기업 80%가 매출이나 생산 등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틈타 중국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LG ‘빈 자리’, 중국에 러시아 시장 뺏기나…=LG전자는 지난 19일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러시아로 향하는 모든 출하를 중단하고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을 계속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물론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까지 러시아행 운항을 중단하며 LG전자도 이같은 물류 차질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LG전자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LG전자는 인도적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일 물류난을 이유로 러시아향 선적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러시아 칼루가와 루자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기업은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러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 OMI가 발표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무려 10년 동안 1위를 차지했으며 LG전자 역시 지난해까지 러시아에서 러시아 소비자원이 주관하는 ‘고객만족대상’에서 3년 연속으로 ‘가전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들의 매출은 4조3963억원(2020년)이었고 LG전자의 지난해 러시아 등 기타지역 매출은 2조335억원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러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지난해 3분기 기준)은 삼성전자가 3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샤오미가 26%로 2위였고, 애플이 15%로 3위였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리얼미가 8%로 4위, 샤오미 서브브랜드인 포코가 3%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빠진 자리를 중국 업체가 차지할 수 있다.
TV 등 가전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빠지면 미데아, 하이얼,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
비중은 크지 않으나 중국 가전업체들은 최근 몇 년 간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하이얼은 2008년 러시아에 진출했으며 유럽 수요 대응을 위해 2016년 공장을 건설해 2019년부터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데아도 내년까지 1500만달러(약 182억원)를 들여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가전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 80% 직접 피해, 연구개발(R&D)도 타격…=중국 업체들에 자리를 빼앗기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들은 당장 매출 피해 등 직간접적인 타격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지난 10~15일 기업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기업 333개사 중 80.9%는 매출과 생산 등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19.1%는 기술자 교류 등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생 유형별로는 ▷원자재 가격 및 수급문제(27.2%) ▷거래제한 및 생산차질 피해(26.0%) ▷결제·환차손 피해(16.7%) ▷수출입 등 협상 중단(12.1%)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3조1787억원의 매출을 낸 현대차 러시아 법인의 경우 공장 가동중단(셧다운)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장이 멈추면서 현지 부품 공급도 중단됐다. 현대위아 등 동반 진출한 부품 계열사로 타격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판매는 각각 17만1813대, 20만5801대로 합산 점유율은 23%를 차지했다. 특히 피해 기업들은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44.1%는 러시아와 거래에서, 15.1%는 우크라이나와 거래에서 피해가 있다고 답했다. 양국과 거래에서 모두 피해를 입는 기업은 9.2%고, 벨라루스나 중앙아시아 등 인접국과 거래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기업도 31.5%에 달했다.
향후 R&D 활동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피해 응답기업의 67.5%는 기업의 R&D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R&D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기술협력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수한 기초 기술을 보유한 나라며 최근 기술상담회 등 우리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이라며 “사태가 악화되면서 관련 기업의 R&D추진에 타격이 예상되므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영규·원호연·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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