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경제단체들과 첫 상견례 자리를 가진다. 특히 이날 회동이 문재인 정부 들어 ‘패싱(배제)’ 설움을 겪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을 중심으로 추진된 것을 두고 기업 정책에 대한 윤 당선인의 차별화 노선을 보여주는 한편 전경련이 ‘맏형’ 경제단체로서의 옛 위상을 회복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전경련(회장 허창수),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한국무역협회(회장 구자열),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최진식) 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을 한다.
이날 자리는 윤 당선인이 선거 후 처음 재계 인사들을 접견한다는 차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유세 과정에서 ‘친기업’, ‘친시장’ 행보를 보인 그가 당선인 신분으로 기업 상황을 직접 챙기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회동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 규제 완화 및 재계 활력 제고 등에 대한 단체들의 요구를 청취했다.
이날 오찬은 인수위가 전경련에 공식 연락을 취해 다른 단체에 참가 의사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하면서 마련됐다. 이에 전경련은 대한상의 등에 참석 여부를 체크한 뒤 최종 명단을 인수위에 통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대표 경제단체로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수위가 전경련을 단순히 연락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 정부 들어 5대 경제단체에서도 제외되면서 각종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던 전경련이 당선인과의 첫 만남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상징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인수위가 대기업 친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확연히 달라진 위상에 전경련 내부에서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경련의 위상 회복은 예고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전경련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현 정부와 대조된 기업정책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전경련 창립 행사에서 정당 대표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전경련은 과거 외환위기 과정에서도 구조개혁 비전을 제시했고,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아주 선 굵은 역할을 지속해왔다”며 “획기적인 혁신과 변화로 중무장해 새로운 한국 경제 성장의 신화를 다시 쓰는 주역으로 재탄생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 도모를 기치로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피력해왔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대기업들의 비선 자금 창구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탈퇴로 4년 새 회원들의 회비는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경련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09억원이었던 회비 수익은 재작년 71억원까지 떨어졌다. 한때 200명 남짓했던 전경련 직원수도 현재 80여명 수준으로 대폭 감원이 이뤄진 상태다.
지난 10일 전경련은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공정과 상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