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1.1%포인트 증가
역대 최고 매출 기록…HPC 대형 고객사 제품 수주로 성장
“수익성 다소 하락…TSMC와 선단 공정 기술력 경쟁 치열”
TSMC, 인텔 등 경쟁사들 막대한 투자 진행 中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기업 간 격화되는 경쟁 속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과 수익성이 개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선단 공정(7㎚ 이하 공정) 개발과 설비 투자 경쟁 속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서 입지를 수성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따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이 3분기(17.2%)보다 1.1%포인트 늘어난 18.3%를 기록했다고 밝혀다. 반면 TSMC는 1%포인트 줄어든 52.1%로 나타냈다. 이에 따라 두 업체 간 점유율 격차(33.8%포인트)는 전분기보다 2.1%포인트 가량 줄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대형 고객사 매출이 지속 증가했고, 신규 HPC 대형 고객사의 제품을 추가 수주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통해 기술 격차를 축소하는 기반을 마련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의 경우는 애플 아이폰 신제품 효과로 5㎚ 공정의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7㎚와 6㎚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점유율이 하락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 상승에도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말 진행된 컨퍼런스콜 당시 “(파운드리 부문에서) 고객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공급 차질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선단공정 램프업(수율 개선을 통한 생산 능력 증가)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수익성이 소폭 하락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선단 공정 기술력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술력 개발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3㎚ 공정으로 칩을 만들려고 했던 고객사에 양산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5㎚ 또는 4㎚ 공정으로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엔비디아는 연내 출시 예정이었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3㎚ 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TSMC에 약 10조원을 선지급했으나, 정작 3㎚가 아닌 5㎚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역시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14(가칭)에 3㎚ 칩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TSMC 사정으로 4㎚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양산으로 TSMC에 앞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4㎚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막대한 설비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이다. TSMC는 올해 440억달러(약 52조3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년 대비 40% 증가한 규모다. 다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인텔은 향후 10년간 오하이오 파운드리 공장에 최대 1000억달러(약 124조원), 유럽에도 950억달러(약 117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반도체 투자 확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구체적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 차원에서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으며 평택캠퍼스 P4 라인 증설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레거시공정(주로 28㎚ 이상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생산)의 지속적인 수요 강세가 전망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에 맞춰 전체 공정의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가격 정책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며, 적기 투자를 통한 신규 공장 확대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을 할 기업은 국내에 삼성전자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선단 공정 기술력 확보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