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인텔이 유럽지역에 야심찬 800억유로(약 109조5744억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에 내준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 탈환을 위한 공세다. 단기적으론 전체 매출 규모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면에서 삼성전자의 주도권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 우세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웹캐스트를 통해 “연구개발(R&D), 디자인, 고성능 칩 패키징, 생산,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유럽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향후 10년 간 800억유로를 투자하겠다”면서 “1단계로 170억유로를 들여 독일에 최첨단 반도체 팹(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추가로 아일랜드에는 120억유로를 투자해 팹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1단계 투자로 330억유로(약 45조1994억원)를 투입한다.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 2개의 팹을 건설하며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인력 7000명의 고용 및 3000명의 첨단 기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아일랜드 레익슬립 공장도 제조 공간을 2배로 확장한다.
공장 증설 외에도 45억유로(약 6조1636억원)를 들여 이탈리아에 패키징 등 후공정 제조시설을 건설한다. 인텔이 인수하는 타워 세미컨덕터는 이탈리아 아그레테 브리안자 지역에 공장을 보유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다.
이외에도 프랑스에 유럽 R&D 허브를 구축하고 폴란드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중인 연구소를 50% 확장하며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와 협력해 공동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및 R&D 등 유럽에서의 역량 강화는 물론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유럽연합(EU)의 대응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겔싱어 CEO는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으로 수요는 늘어나는 동시에 공급은 부족하다. 많은 산업들이 칩이 없어서 멈춰서고 있다”면서 “전 유럽에 걸친 투자는 글로벌 수요의 균형을 맞추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텔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파운드리 역량 강화 및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립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로 파운드리에 다시 발을 들였으나 아직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타워 세미컨덕터는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이 1.4%로 9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18.3%로 단기간에 점유율을 10배 늘려 따라잡기는 어렵다. 파운드리는 생산 확대가 중요하지만 인텔은 이제 시작단계인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단기 실적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R&D 등 경쟁에서 뒤쳐진 후 이를 만회하기엔 많은 비용이 들고 수익성 악화는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올 매출 역시 전년대비 감소한 최대 750억달러(약 93조원) 수준으로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이보다 많은 1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경쟁에서도 올해는 삼성전자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수익성 악화는 이미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고돼 있었다”면서 “앞으로 2~3 년간 수익성 하락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가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