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사법개혁 로드맵 신호탄
“수사지휘 악용되는 일 너무 많다”
박범계 장관 반대표명엔 “부적절”
민주당과 정면배치…충돌 예고도
檢예산권 관철…“국회가 감시·통제”
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안’을 공약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데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며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가 윤 당선인의 변함없는 의지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은 여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개정 사안이라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관련기사 3·4·5면
윤 당선인 핵심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그간의 검찰 경험을 토대로 결단을 한 것으로, 권력자가 검찰에 ‘의중’을 전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검사 대부분이 적어도 직·간접적으로 (윤 당선인과) 인연·관계를 맺고 있다”며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되레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기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여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추미애·박범계 장관 때부터 검찰총장의 정당한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채 야당을 탄압하는 용도로 쓰였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가 그동안 수사지휘권을 통해 한 일들을 돌아보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검찰의 예산권 독립을 공약한 일에 대해 박 장관이 “(특수활동비 등)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일을 놓곤 “검찰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가 철저히 감시·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사법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후보 신분이던 윤 당선인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악용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0년 이상 유지됐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제8조)는 조항이다.
헌정사상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는 네 차례였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가 발동됐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과 갈등 국면에서 두 차례 발동했고, 박 장관도 지난해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모해 위증 혐의와 관련해 지휘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적법한 권한행사라는 주장과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찬반 양론이 일었다.
윤 당선인은 사법 공약을 발표할 때 검찰총장에게 검찰 예산요구권을 넘기는 안도 제시했다. 원희룡 당시 정책본부장은 “‘검찰에게 선물을 주느냐’고 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검찰청이 독립된 예산편성권을 가지면 법무부 장관의 일방적 통제가 아닌 국회의 통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장관(의 그간 행보) 때문에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여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박 장관은 이를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생각을 곡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권을 인수해줄 법무부 장관이자 민주당 의원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
yu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