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현장 가보니
확진자·격리자 ‘소중한 한 표’ 행사
“감염 우려·시간 제한에 불안감”
PCR 검사 음성이면 일반 유권자
“괜히 외출했다가 다른 사람들 감염시키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워요.” 지난달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직장인 이모(29) 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할 지에 대해 사전투표 첫날인 4일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씨는 “한동안 집에서 치료받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가는 건데, 투표하러 밖에 나가는 것이 맞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가운데,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확진자 투표’도 시작된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격리 중 감염병 환자도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선거 당일인 오는 9일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확진자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일반 유권자와 동선이 분리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이처럼 확진자의 투표권이 제한적으로나마 보장됐지만 감염 우려, 이동 수단 제한 등의 이유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 기간 동안 확진 판정을 받은 일반 유권자에 대한 정책도 나왔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해당 유권자는 일반 투표 시간에 투표할 수 있다. 수동감시 시작일로부터 10일이 지나지 않아 자가격리 행정명령 대상은 아니지만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투표하면 된다.
제한적으로나마 확진자·자가격리자 투표가 가능해졌지만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확진자·자가격리자는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확진자는 도보, 자차, 방역택시를 이용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를 마치면 다른 장소를 들르지 말고 즉시 귀가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확진자·자가격리자도 변수다. 4일 0시 기준 신규 국내 확진자 수는 26만 6853명으로, 전주 대비 10만963명이 늘었다. 종전 일일 최대 기록이었던 21만9241명(3일)에 비해 4만7000여 명 증가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 복귀해 자가격리 중인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확진자가 많이 늘었는데 1시간 안에 투표를 끝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감염자일 수도 있는 자가격리자들 사이에서 투표해야 하는데, 현장이 붐비거나 지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감염 우려로 ‘자기검열’하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없도록 정부의 세심한 노력을 주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자가격리자, 비감염자 모두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시민들보다 먼저 경각심이 떨어진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안전한 투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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