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2월 25~3월 2일 설문
대한건설협회 상대로 인권위 진정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화장실이 멀거나 더러워 물을 마시지 않고 참는 등 열악한 화장실 여건으로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는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3일 “건설사는 최소한의 인권이자 건강권·오줌권을 보장하라”며 대한건설협회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건설현장 여성 조합원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이 있는 곳은 91.9%지만, ‘걸어서 1~2분 이내 거리에 있다’는 응답은 15.0%에 그쳤다. 반면 ‘도보 5분 이내’는 46.3%였고, ‘도보 10분 이내’나 ‘도보 10분 이상’도 각각 32.0%, 6.8%에 달했다.
변기 유형을 보면 일반 변기(비데 포함)는 36.7%에 불과했다. 수세식(30.6%)이나 푸세식(4.8%), 약품처리 방식(27.9%)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화장실에 손 씻을 세면대가 없는 곳도 23.1%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 수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49.7%)를 차지했다. 청결 상태에 대해서도 ‘더럽다’는 응답이 41.5%로, ‘깨끗하다’(33.3%)는 응답보다 많았다. 화장실이 없는 경우, ‘안 간다(참는다)’는 답변과 남자화장실, 실외 용변 등 ‘기타’ 응답이 각각 30.8%로 집계됐다.
여성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65.6%)은 근무 중 평균 2~3회 화장실을 가지만, 제때 가지 못하는 이들도 30.6%나 됐다. 이들은 ▷화장실 위치(21.3%) ▷업무환경 특성상 번거로움(14.4%) ▷눈치 보기(5.6%) 때문에 원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화장실 이용의 불편 때문에 물을 마시지 않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65.7%에 달했고, ‘식사를 안 했다’는 답변도 31.3%로 집계됐다. 이는 질환으로 이어져 최근 1년간 ▷방광염(34.4%) ▷만성 변비(23.1%) ▷질염(19.4%)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슬레이트 철거한다고 한여름에 방진복을 입혀 놓고 화장실 걱정에 물을 못 마시니 탈수로 일사병으로 퇴근 후에 링거를 맞는다. 여름엔 으레 병원에서 링거를 몇 번씩 맞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원청 화장실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는 응답도 31.9%에 이르렀지만, 전체의 56.9%는 최근 5년간 화장실 이용과 관련한 문제를 한 번도 건의하거나 항의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들은 원청 건설사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며 ▷여성 화장실 설치 ▷청결 유지 ▷휴지 비치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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