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파견관계 범위를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여기서 적용된 법률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약칭 ‘파견법’이다. 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성에 따라 입법됐다.

그럼에도 파견법의 입법 목적과 달리 파견근로자 상당수는 장기간에 걸쳐 하청업체만 바꿔가며 같은 사업사용주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렇기에 최근 하급심 판결을 살펴보면, 파견근로의 내용과 형태를 세분해 판단하기보다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춰 근로자파견관계의 범위를 확대해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20나2008508)은 이런 최근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거는 취지로 보여 관심을 끈다. 이 판결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울산공장에 파견돼 근로했던 근로자 32명이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건의 판결이다.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32명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사이에 맺은 도급계약이 근로자파견계약이므로 32명 모두 파견법에 따른 파견근로자에 해당하고 이에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32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던 것이다. 제1심은 32명 전원이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파견법에 따라 이들 전원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제1심 판결과 달랐다. 생산된 차체 도장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는 직접 생산 공정업무를 부담한 근로자이기에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서열(조립 라인에 공급될 부품을 차량 사양에 맞게 선별해 팔레트에 넣는 일), 불출(서열작업을 마친 팔레트를 조립 라인에 갖다놓는 일), 생산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업무, 컨테이너 선적 등 업무와 생산 후 업무 등은 모두 간접 생산 공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수행한 나머지 24명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와의 파견근로관계를 부인했다.

파견법의 입법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업무에 종사한 자에 대해서도 파견근로관계를 무한정 인정하게 되는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침해하는 것이 되기에 파견근로관계의 인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 한계를 명시한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현장의 파견근로관계 정립에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연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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