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 위반, 논란의 파업

21일 청계광장서 대규모 집회

“CJ대한통운은 제3자…주체 아냐”

산업계 “노조, 절차적 정당성 훼손”

비노조 택배기사 “일터 복귀해야”

1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점거 농성 시위 중이다. [연합]
1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점거 농성 시위 중이다. [연합]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지 12일째인 21일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CJ대한통운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파업은 두달 가까이 이어지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산업계에서는 주체·방법·절차가 모두 무시된 ‘불법 파업’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대규모 집회에 들어갔다. 이날 로젠·롯데·한진택배 소속 조합원들도 하루 동안 연대 경고 파업을 단행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이날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물과 소금을 끊는 ‘아사 단식’을 하겠다는 초강수도 둔 상태다. 이에 맞서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파업을 멈추고 일터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다.

▶불법·폭력 난무…정부는 방치=산업계에서는 이번 택배노조의 파업이 정당성을 잃고, 주체·방법·절차 등에 있어 명백한 불법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택배노조가 직접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인 CJ대한통운의 본사를 무단으로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택배 시스템은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다시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사실상 택배노조의 노사 관계 당사자는 대리점주다. 또 농성 과정에서의 폭력 행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점거 시도 중 출입문을 파손하고 임직원을 폭행하는 등 폭력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침묵으로 대응하던 CJ대한통운은 노조가 폭력행위에 나서자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노조를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산업계는 노조가 절차적 정당성도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파업을 하려면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택배노조는 대리점주를 상대로만 조정절차를 거쳤을 뿐, CJ대한통운에 대해서는 조정신청을 했다가 취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재를 해야 할 정부는 노조의 무단 점거에 대해 단순 ‘노사문제’라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공권력을 동원해 불법행위를 막아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정부는 노조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 폭력 등에 대해서는 불법 파업으로 간주하고 공권력을 작동시킨 바 있다. 2010년 반도체 전문회사인 케이이씨(KEC) 노조의 공장 점거, 2016년 알바노조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 점거 사태가 대표적이다.

▶장기화 국면 소비자·대리점주 피해 커져=문제는 택배노조의 파업과 불법점거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배송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은 택배 지연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선에 있는 택배 대리점주들은 택배 파업 장기화로 거래처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전체 2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 가운데 민노총 소속 인원은 대략 2000여명 안팎이다. 전체 택배기사의 7~10% 내외로 추산된다. 당장 노조 소속 택배기사가 많은 대리점은 배송 차질 걱정이 크다.

본사 무단점검과 잇단 대규모 집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 붕괴 우려 마저 나온다.

택배기사들 간의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와 장기 파업을 비판하고 있다.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연합(비노조연합)은 이날 오전 10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연대파업에 항의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슬기 비노조연합 대표는 “더는 이 무의미한 행동을 이어갈 이유도, 택배노조를 응원해 주는 국민도 없다”며 “파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해 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쿠팡 같은 유통회사 등이 택배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 시국에 연대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모든 택배기사의 밥그릇을 깨부수는 행위”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집으로 갈 내용증명의 숫자만 늘어날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여러분이 해야 하는 건 총파업도, 대화도 아닌 진심 어린 사과”라며 “거래처를 잃은 동료기사에게, 택배를 받지 못한 국민께,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는 CJ대한통운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에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조합원 200여명이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했고, 잇달아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요금 상승요인 170원 가운데 51.6원만 사회적 합의에 쓰고 나머지를 모두 회사가 가져갔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비 상승요인 평균치는 140원이며, 그 중 절반 정도를 기사 수수료로 배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지윤·김희량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