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전, 바로 윗집이 이사를 가고 이사를 왔다. 짐 사다리가 종일 콰르릉거리며 오르내린 그날은 시작에 불과했다.
며칠 뒤 인테리어 공사로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며 누군가가 현관벨을 눌렀다. 집주인은 어디 가고 인테리어업자가 대신 사인을 받으러 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뀐 거지?’라는 생각이 든 건 현관문을 닫고서였다. 일 주일간 공사는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졌고, 집중할 수가 없다며 딸은 동네 카페를 전전해야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리 가족은 그렇게 마음을 다독였다.
그런데 약속된 일 주일이 지나서도 계속 공사 소음이 이어졌다. ‘그래, 사람 일인데 공사가 딱 맞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참기 어려운 소음에 한 번 노출되고 나면 이상하게 귀가 더 예민해진다. 그렇게 기다림은 계속 이어졌고, 어느 날 도저히 참지 못해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들리시죠? 이 소리. 저녁시간까지 이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고 얘기 좀 해주세요.” 얼마 뒤 경비아저씨는 “그 집에서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하겠다고 한다”고 전해왔다.
그런 뒤에도 악몽은 계속됐다. 며칠은 새벽까지 집들이를 하는지 왁자한 소리가 천장을 넘어왔다. ‘그래 이사를 했으니 당연히 집들이도 해야지.’ 거기까지는 사람 사는 데 필요한 일들이니 그러려니 했다.
문제는 그 뒤다. 소위 ‘발망치’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예 동선까지 그려질 정도였다. ‘어떻게 걸으면 이렇게 되는 거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발망치 소리에 모든 감각이 귀로 쏠리는 듯했다.
잘 참아오던 남편이 아무래도 이건 얘기해야겠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돌아온 남편은 문 앞에서 마침 그 집 남자를 만났다며, 알아듣게 잘 얘기하였다고 했다.
그 집에선 방마다 서로 다른 이상한 소음이 났다. 안방에선 기계음이 크게 들렸는데 나는 그걸 ‘새집증후군’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세게 돌리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런데 이렇게나 크게 들리나. 혹시 무슨 작업 같은 걸 집에서 하는 사람들인가?’ 별생각이 다 들었다.
딸은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소음 해법을 들려줬다.
‘절대 얼굴을 마주치지 마라. 소리가 잘 들리는 쪽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라. 화장실 통풍구 쪽을 막대기로 두드려라’ 같은 것들인데 웃음밖에 안 나왔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위층이 그나마 좀 수그러든 건 그즈음이었다. 지난달 층간소음으로 다툰 뒤 4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윗집을 찾아간 사건 말이다.
층간소음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접수 민원현황을 보면, 민원 건수는 2019년 2만60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에는 4만6596건으로 더 불어났다. 2019년 대비 2년 사이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5대 공약에도 ‘층간소음 해소’가 들어 있다.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등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동주택살이가 늘어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이런 주거 형태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 소음 기준을 높이고 소음을 막을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와 건축적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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