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카페 개설…회원 수도 폭증 추세
의혹 반박 글 게시…상대 논란 부각
김혜경·김건희 등판 시기는 불분명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김건희 씨를 둘러싼 팬심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두 사람 각각의 팬 카페가 생기는가 하면, 회원 수도 폭증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선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밈’(meme)의 대상이 됐다. 이는 기존 대선에선 볼 수 없던 장면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꾸려진 김혜경 씨 팬 카페 ‘함께해요, 김혜경 팬카페’의 회원수는 12일 기준 3만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달 19일 만들어진 김혜경 씨 팬 카페 회원 수는 같은 달 30일 2만3000여명에서 근 열흘 만에 1만명 가량이 추가 가입했다. 김혜경 씨 팬 카페 대문에 있는 포스터를 보면 김혜경 씨의 사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재명, 김혜경’, ‘소외의 목소리 잘 듣고, 혜경 언니가 재명 형부에게 잘 전달할게요’ 등의 글이 적혔다.
그런가 하면, 김건희 씨 팬 카페 ‘건사랑(김건희 사랑)’의 회원 수는 7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19일에 개설한 이 카페의 회원 수는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 후 크게 증가했다. 이 카페는 김건희 씨 얼굴을 영화 ‘원더우먼’ 포스터에 합성해 대문에 걸었다. 최근에는 김건희 씨가 여권 인사들을 지켜보는 모습의 ‘목격자’ 포스터, 김건희 씨 얼굴을 배우 오드리 헵번 사진과 합성한 포스터 등을 대문에 함께 기재했다. 문구로는 ‘BE MY QUEEN’(여왕이 돼 달라)가 쓰였다.
각 카페 회원들은 김혜경·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을 놓고 반박 글을 공유하고, 상대 후보 캠프와 배우자에게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부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 건사랑 회원들은 김건희 씨의 ‘뇌물성 아파트’ 의혹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키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팬덤 현상이 뜨거워지는 현상을 놓고 “그간 없던 현상”이라는 평이 나온다.
과거에는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그 배우자에 대한 주목도는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었다. 연예인 중심의 팬 카페 문화가 활성화될 때도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팬 카페는 큰 주목을 이끌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배우자가 없어 배우자 경쟁 구도 자체가 짜여질 수 없었다. 2017년 대선 때는 ‘탄핵 정국’이 모든 현안의 블랙홀이 됐다.
김혜경·김건희 씨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두문불출 상태에 놓인 두 사람의 공개 활동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과잉 의전’ 논란 등으로 공개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혜경 씨는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비공개 일정을 중심으로 다시 활동에 나설 방안이 유력하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김 씨가 사각지대에 비공개·소규모로 찾는 일정을 여럿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정서상 민감한 ‘갑질’ 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만큼, 한껏 자세를 낮춰 이웃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김혜경 씨의 사과 기자회견으로 과잉 의전 등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허위 학력·경력 의혹 등이 따라 붙는 김건희 씨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15일) 이후 ‘사후 공개’ 방식으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씨는 애초 이달 초부터 비공개 활동을 할 계획이었으나 불발됐다. 최근 당 안에선 ‘투표 직전 등판론’도 힘을 얻고 있다. 안정세를 찾아가는 윤 후보의 행보에 굳이 변수를 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금 윤 후보의 발언과 지지율 추세 모두 안정권에 향해가고 있다”며 “무리해서 리스크 요소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측은 “김 씨의 등판 여부와 시기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가 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