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 앞둔 대학가 분위기는
가상후보 ‘박곰’, MZ 심정 반영
코로나19·취업난·방학까지 겹쳐
공론장 부족한 ‘대선 사각지대’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취업난·방학이 겹친 대학가는 사실상 ‘대선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대선에 관심은 많지만 소외됐다”며 안타까워했다.
10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대학생들은 오랜 비대면 상황과 동아리 활동 축소로 유권자로서 의견이 정치권에 전달되기 어려워진 점을 걱정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김민경(25·여) 씨는 “코로나19 이후엔 대자보도 줄었다.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이 있어야 대학생들의 ‘니즈’가 알려지고 관심을 받는데 목소리 내는 창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잡겠다’는 애기를 후보들이 많이 하는데 집 사기를 이미 포기한 입장에선 전혀 와 닿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얘기는 없고 모든 청년을 ‘이대남’으로 일반화해 얘기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2년 넘게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고 비대면 수업·취업난·방학이 겹쳐 대학생들의 공론장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한정된 상황이다.
실제로 캠퍼스에는 선거는 물론 대학 생활 관련 포스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8일 기자가 찾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동아리실 등 주요 건물들은 ‘2020년 3월 2일부터 사용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재학생 김태현(23) 씨는 “지난 대선부터 투표는 꼭 하자고 친구들끼리 얘기해 왔다. 관심 많지만 유튜브 채널이나 영상 보면서 정보를 얻는 게 전부”라며 “친구들끼리 대화하다 대선 얘기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토론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선 관련 단체행동이 없진 않다. 지난해 9월 발족한 청년단체 2022대선대응청년행동(이하 청년행동)은 61개 단위의 학생회를 포함해 약 100여 개의 대학생·청년 단체가 가입돼 활동 중이다.
청년행동은 이날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청년 요구를 외면하는 후보들에게 비판 메시지를 던지고자 ‘멸종위기종 청년을 살리는 대선후보, 박곰’이 출마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곰은 가상 대선후보다.
이들은 대학가와 거리에서 청년의 요구를 실현해 달라고 말하는 ‘스트릿 대선 파이터’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해지 청년행동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도 있지만 대학가가 대선 사각지대가 된 근본 이유는 취업, 주거 등 청년의 삶을 바꿀 근본적인 해결책을 후보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줄 이내의 문구를 올리는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소통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는 젊은층의 목소리도 있다. 한양대 사학과 학생인 김모(24) 씨는 “공보물이 안 나온 상태라 SNS에 올리는 한 줄짜리 직관적인 공약 콘텐츠로 후보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단편적인 정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홍익대 재학생인 김유빈(22·여) 씨는 “동기를 자주 만나지 못하니 자세한 대화는 못 하고 누굴 뽑을지 간단히 얘기하는 수준”이라며 “정책을 제가 들여다보려 해도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을 따질만한 정책이 잘 안 보인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이런 상황이 청년들이 20대부터 당사자로서 정치권과 소통하는 경험을 쌓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 등 사이버상에서 의견 표출 정도로 선거에 영향력 주기란 쉽지 않다. 온·오프라인으로 더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면서 다른 세대와도 청년이 소통해야 자신들이 출마했을 때에도 세력화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 등 생존과 관련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선거에 적극적이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활동을 하며 선거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이론적으로는 많아야겠지만 취업난과 코로나19까지 겹친 학생들의 현실과는 먼 얘기”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학생들이 제기하는 등록금, 주거 등 문제는 전 세대와 연결된 지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등록금 문제만 봐도 2030세대뿐 아니라 이를 같이 부담하는 부모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별하게 다른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있는 문제를 이들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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