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나란히 GTX 연장·신설 약속

수혜지 중심으로 개발 기대감 감지되기도

정부, 안정화 찾아가던 시장 자극할까 우려

“가격 거품 낄 수 있어 수요자들 유의해야”

다시 GTX? 여야 후보 쏟아내는 개발공약…“시장 자극 우려” [부동산360]
인덕원역 인근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나란히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확대 공약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GTX 이슈가 작년에 이어 또다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잇따라 발표한 GTX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GTX-A·C·D노선을 연장하는 동시에 E·F노선을 신설하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노선의 시·종점 등이 다르지만 수도권을 아우르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동일하다. 경기지역의 숙원 사업인 GTX를 앞세워 민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먼저 불씨를 지핀 건 윤석열 후보 측이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수도권 30분내 서울 출근시대’를 약속하며 GTX 공약을 발표했다. A노선을 평택까지, C노선을 동두천·평택까지 연장하는 한편 D노선을 강남까지 잇되 강남~광주~여주를 연결하는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다. E노선은 수도권 북부에서 동서를 잇도록, F노선은 수도권 전체를 순환하도록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후보도 ‘GTX플러스 프로젝트’로 맞섰다. 지난 24일 공개한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A+노선과 C+노선은 윤 후보 측과 동일하게 평택, 동두천·평택으로 이어진다. D노선은 경기도의 요구대로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장하고 E노선(인천~서울~포천)과 F노선(파주~서울~여주)을 새로이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후보의 경우 정부가 대선후보의 개발 공약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표한 지 며칠 만에 GTX 이슈를 꺼내들었다. 집값을 자극할 공약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우회적인 요청에도 ‘마이웨이’를 선택한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어렵게 형성된 안정화 흐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양당 후보가 나란히 대선 이후의 교통 개발을 약속하면서 주요 수혜지역을 중심으로는 다시 기대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평택과 안성의 집값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택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 0.27%에서 1월 첫째 주 0.04%까지 오름폭이 줄었으나 윤 후보가 GTX 확대 공약을 발표한 직후인 둘째 주 다시금 0.14%로 보폭을 넓혔다. 안성 아파트값도 지난해 12월 둘째 주 0.32%에서 이달 첫째 주 0.11%로 상승률이 완화되는 추세였지만 둘째 주부터 0.22%, 0.23%로 2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도권의 경우 서울 접근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GTX 공약이 발표되면 인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대출규제 등으로 상승 폭은 한정적이겠지만 가격 상승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 공약의 경우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대심리가 지나치게 반영되면서 가격 거품이 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주택시장 분위기가 주춤하자 GTX 호재가 부각되며 단기 급등세를 보인 안양 인덕원, 의왕, 시흥 등지에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GTX-C노선 의왕역 정차와 관련해 인덕원 쪽 집값이 확 올랐다가 다시 내린 바 있다”면서 “개발호재는 맞지만 막연한 구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니 실수요자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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