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늘리고 통증 줄이는 ‘우정 효과’

행복한 친구 곁애 행복할 확률 25%상승

고독한 대학신입생, 독감 백신 효과 없어

SNS 친구 많아도 ‘던바의 수’ 바뀌지 않아

‘사회적 나비’ 오히려 고독, 관계의 질 중요

[북적book적]‘혼자 살기’ 사망확률 30% 증가한다
“고독의 부작용은 여기저기로 퍼지는 특징이 있다.(…)특히 전전두피질의 수초화에 회복 불가능한 변형을 일으킨다. 고독감이 계속되면 알츠하이머, 우울증, 치미, 불면증의 위험을 높인다”(‘프렌즈’에서)

#미국 브리검 영 대의 줄리안 홀트 룬스타드가 30만명이 넘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사망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따르면, 생존확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교 활동 수치였다. 사회적 지원을 자주 받는 사람,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역 공동체에 안정적으로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생존 확률은 50퍼센트나 높았다. 반면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거나 아웃사이더라고 여기는 사람은 극심한 불안을 느꼈다.

#덴마크 국립공중보건연구소의 지기 산티니팀은 50세 이상의 사람들 3만8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고립, 혼자 살기, 고독감과 같은 요인들은 사망확률을 약 30% 높였다. 친한 친구들이 있고 클럽과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훨씬 적게 앓았다.

[북적book적]‘혼자 살기’ 사망확률 30% 증가한다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수, ‘던바의 수’로 유명한 옥스포드대 석학, 영장류학자 로빈 던바가 그의 30년 연구과제인 사회적 관계를 집대성한 신작 ‘프렌즈’(어크로스)로 돌아왔다. 최근 과학적으로 밝혀진 놀라운 사실들을 망라한 ‘프렌즈’는 우리의 건강과 수명에 친구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우정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 진화의 현주소라 할 책에는 흥미로운 연구와 실험들이 가득하다.

한 예로, 카네기 멜론대 세라 프레스먼 연구진은 대학신입생들이 고독감을 느낄 때 독감 예방접종 후의 면역 반응이 감소한다는 걸 발견했다. 고독하다고 느낀 신입생들의 면역체계는 위축됐고, 백신의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독감 바이러스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닉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가 매사추세츠주에서 1만2000명을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해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사람이 우울해질 확률은 행복한 친구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확률의 6배에 달했다. 특히 공간 효과가 컸다. 반경 1.6킬로미터내에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퍼센트 높아진다.

엔도르핀 수용체 밀도가 높아 통증을 덜 느끼는 통증 역치가 높은 사람은 친한 친구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카테리나 존슨은 고통을 견디는 ‘로만 체어’ 실험에서 2분을 견디는 사람은 연민집단인 15명 이내의 친한 친구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친구가 많을 수록 좋을까?

던바에 따르면 150명이 경계다. 150명을 넘으면 이타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의 의지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고 도와주려는 의지가 사라진다. 설령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호혜주의하에 행동한다. 150명을 도와줄 때는 반드시 보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주 가까운 친구의 경우에는 아예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150명은 던바가 발견한 ‘우정의 원’중 하나다. 던바는 소규모 사회의 크기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 5명, 15명, 50명, 150명, 500명, 1500명이라는 형태로 뚜렷한 연쇄를 형성한다는 걸 발견했다. 던바에 따르면, 5명은 절친, 15명은 친한 친구들, 50명은 좋은 친구들, 150명은 그냥 친구들이다. 500명은 지인, 1500명은 이름만 아는 사람 수준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어느 유명TV 진행자는 던바의 수가 실제 유효한지 검증하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를 일일이 찾아갔다. 그 결과, 그를 반겨준 사람들은 그가 원래 알던 사람 또는 그의 사교 생활 범위 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반가움 보다는 놀라움을 표했고, 어떤 이들은 불편해하거나 문전박대했다.

친구나 단체의 수보다 중요한 게 관계의 질이다. 한 친구에서 다른 친구에게로, 한 단체에서 다른 단체로 바삐 옮겨다니는 ‘사회적 나비’가 되는 것은 친구 1~2명을 깊게 사귀는 것과 전혀 다르다. 저자는 이런 경우 정말 바쁘게 사교 활동을 하는 것 같은 데도 고독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다.

고독은 신경학자에 따르면,“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한 감정으로서 뭔가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신호”“우리의 삶에 즉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신호음”이다.

던바는 소셜미디어가 대면만남이 어려워 지속하지 못했을 관계를 유지시켜 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접속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끊는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나타낸다. 이는 거절과 공격, 실패의 부정적 감정을 낳기 때문이다.

던바는 가상세계에서의 소통과 만남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직접적인 소통, 사교활동, 가벼운 신체 접촉, 대화와 수다가 소중한 친구를 만들고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던바가 보여주는 놀라운 사실 하나는 ‘엔드 게임’이다. 즉 관계가 끊기는 경우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년 ‘우정의 원’ 가장 안쪽, 핵심 원에 속한 15명 중 1.5명과 매년 결별한다. 결별 중 가장 친밀한 관계인 부모, 애인,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가 깨지는 사건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책은 우울증과 자살·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시대 비접촉과 가상세계 활동의 증가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프렌즈/로빈 던바 지음, 안진이 옮김, 정재승 해제/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