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이어 지방도 100 아래로
아파트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아져
17개 시·도서 아파트 매물 일제히 늘어
[헤럴드경제=양영경·서영상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이어 지방에서도 아파트를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아졌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더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수세가 주춤한 사이 종합부동산세 부담, 집값 하락 우려 등에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더 늘어난 것이다. 서울 전역을 포함해 17개 시·도에선 매물 증가세도 뚜렷해졌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3일 기준) 지방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으로, 약 1년2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공급·수요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으로, 100을 중심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순 서울, 지난달 말 수도권에 이어 지방에서도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더 많아진 상황이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5.2로, 5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수도권 역시 96.3으로 3주 연속 100 미만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전국의 매매수급지수는 97.5로 전주(99.2)보다 더 떨어졌다.
최근 초강력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더해 내년 대선이라는 대형 변수를 앞두고 매수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종부세 고지서 발송 이후 매도를 고민하는 집주인은 더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역을 비롯한 17개 시·도에선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최근 석 달간 3만9792건에서 4만5648건으로 14.7%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점(6월1일) 직전인 4~5월 4만7000~4만8000여건 수준을 보였다가 8~9월 3만8000~3만9000여건으로 감소한 뒤 10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천·경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이 기간 아파트 매물이 1만 1878건에서 1만7293건으로 45.5% 증가하며 전국 시·도별 매물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경기는 6만2383건에서 8만3881건으로 34.4% 늘었다. 최근 석 달 사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매물이 줄어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만 열어 놓고 아무것도 못 한지 한참 됐다”며 “매도자는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고 매수자는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과 앞으로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이번 주 서울(0.07%)과 수도권(0.10%), 지방(0.08%) 아파트값은 일제히 전주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매물이 늘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단순논리에 빠지기 쉽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떤 매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최근 매물들은 호가를 높게 불러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매물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신고가가 많이 나온 지난 10월 가격을 확인한 매도자와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느끼는 매수자의 호가 차이만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도 연말에 매물이 늘었지만, 당시 집값은 급등했다”면서 “매물의 증가 추이로 집값을 예측하긴 어려우나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급매물이 나온다면 그땐 다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