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신의칙’ 대법원 곧 판결
현대중공업 7500억 소송 16일 결론
유사소송 많은 재계에 잣대 될 듯
대법원은 2013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명칭을 불문하고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임금 추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다.
이 판결 이후 기업의 추가 임금 지급 책임이 어떤 상황에서 면책되는지에 관해 일선 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오는 16일 75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신의칙 적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 판결 내용에 따라 향후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오전 11시 현대중공업 근로자 정모 씨 등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이 사건을 지난해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올해 다시 대법원 3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5년간 심리해 왔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에 통상임금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본봉 외에 각종 수당이나 상여금도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급했다면 이것도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통상임금 규모가 커지면 근로자들이 받는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액수도 그만큼 올라간다. 기업들은 통상임금 소급분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대법원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나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 청구는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를 내놓았다. 근로자들도 임금 협상을 한 이상 소급 임금을 무조건 요구할 수는 없다는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신의칙을 적용해 임금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지 않아, 후속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일선 판결은 물론, 대법원 판단도 사안마다 엇갈렸다.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기준이 단순히 영업이익과 통상임금 지급액 차액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선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해 근로자 3500명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반면 같은해 한국GM과 쌍용자동차 근로자들이 낸 임금 청구소송에선 추가 수당을 지급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신의칙을 적용했다.
현대중공업 사건에서도 신의칙 적용 여부에 대한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2015년 2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 경영 사정이 악화됐지만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고, 상여금 800%(명절상여금 100% 포함)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명절상여금 100%를 제외한 7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추가 발생하는 임금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냈다. 항소심은 현대중공업의 2015년 2분기 동안 영업손실이 1분기 대비 약 1.4배, 당기순손실은 약 3.5배로 적자 폭이 크게 증가했다고 봤다. 항소심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현대중공업이 약 63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경우, 재무적 위기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대형 로펌 간 맞대결로도 법조계 이목을 끌었다. 사측은 업계 1,2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외에 법무법인 지평이 방어에 나섰다. 근로자 측은 법무법인 바른의 박일환 전 대법관에게 사건을 맡겼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으로, 법리에 해박한 변호사로 손꼽힌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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