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위드 코로나’ 덕분에 과거 선배나 동료들과의 모임이 많다. 만나면 정치 이야기부터 요즘 뜨는 메타버스 등을 이야기하다 어느 순간 서울시 근무 시절 이야기로 돌아가 있다.

그런데 과거 서울시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일을 참 잘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무엇인가를 잘못했다는 자기반성의 소리는 없다. 물론 모두 서울시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열심히 일한 분들이니 잘한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분명 잘못한 일도 그에 못지않게 있을 것 같은데 이를 말하는 때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현대인에게서 발견되고 있다는 각종 증후군 중 하나인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 즉 기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나쁜 부분은 삭제함으로써 좋은 부분만을 남겨두려는 심리인 ‘기억의 미화’라고만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가끔 나의 학창 시절인 19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외형적인 변화 말고 정치 행태나 소득의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들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학창 시절에 많이 듣던 말 중 하나가 ‘우리가 사회의 핵심 세력이 됐을 때는 한국은 진정한 민주선진국가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 우리가 비판했던 일들을 다시 하지 않게만 돼도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386, 이제는 586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된 지 오래됐지만 80년대에 비판했던 각종 사회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초년 시절 상사들의 그릇된 행태들을 보면서 ‘내가 상사가 됐을 때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다짐하듯 동료들과 상사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우리가 서울시 고위직이 됐지만 역시 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되레 그런 행태를 힐난했던 동료들이 한술 더 뜨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참 변화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때도 많았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본 이유는 기억의 미화에다가 ‘내로남불’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은 지난 4월에 치러진 서울, 부산시장의 보궐선거에서의 집권당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뉴욕타임지에서까지 언급한 용어다. 당시 뉴욕타임지는 한국인들은 현 집권세력의 행태를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다고 하면서 ‘내로남불’의 의미까지 덧붙였다(Nareronambul roughly translates to, ”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

이렇게 기억의 미화와 더불어 내로남불에 빠진 많은 사람은 과거 내가 한 일 들은 잘한 것뿐이니 지금도 굳이 내가 일하는 행태 등을 바꿀 이유도 없고,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역시 과거의 성공 연장선상에서 모두 잘한 일들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르게 일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은 잘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할 것이다. 이렇게 기억의 미화와 내로남불이 지배하는 의식 속에서는 자기반성을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고홍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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