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재건축 및 용산 개발, 정부여당과 야당 시장 대립
부천 등 3기 신도시 기반시설 놓고 정부와 기초자치단체 갈등
옛 서울의료원·성동구치소는 시장과 구청장 대립각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재개발·재건축에 물꼬가 트이면서 정부 기관 간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한 쪽은 주택 신규 공급을 늘리고자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환경과 주거여건 등을 이유로 기존 규제책으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여야가 뒤섞인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모처럼 물꼬가 트인 신규 주택 공급 현장의 발목을 시작 전부터 잡는 형국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정당 소속 자치단체장, 정부 부처간 대립도 발생하고 있다.
▶여당 정부 vs 야당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생긴 대립 구도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해온 정부 여당과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대규모 신규 공급이 해답이라는 야당 서울시장의 ‘부동산 시각차’가 대립의 근본이다.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이 대표적인 예다. ‘오세훈표 주택공급’의 첫 대규모 재건축 사례로 만들기 위해 층고 및 인허가 규제 단축을 원하는 서울시와, 아파트 재건축은 안된다는 정부의 입장차가 대립하고 있다.
오 시장이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40년 넘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주거 문제를 설명하며 “꼭 한 번 방문해달라”고 할 정도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 그리고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등의 입장은 완고하다. 한강변 층고제한 완화 방침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이같은 정부 여당과 야당 소속 오 시장의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 시장 취임 후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공격했고,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장별로 면담하거나 설명회를 여는 등 물밑에서는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조만간 큰 그림이 완성될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도 마찬가지다. 주택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서울시가 적극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 도심에 남은 기회의 땅이자 마지막 대규모 유휴부지”라며 “기업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용산정비창에 대규모 임대아파트 조성은 안된다고밝혔다.
실제 서울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빠르면 11월 중 용산정비창과 인근 전자상가 부지 등을 연계해 이 곳에 대규모 상업, 업무 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 경우 내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을 앞두고, 대규모 임대주택 등 아파트 단지 개발을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도 발목 잡힐라= 정파를 넘어 정부와 기초자치단체가 대립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부천 대장지구다. 2029년까지 2만 세대, 4만8000여 명이 입주 예정인 부천 대장은 기존 하수처리장과 광역소각장 지하화를 계획했지만, 약 1조7000억원이 소요될 비용 분담이 문제다.
부천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신도시로 들어서는 만큼, 악취로 인한 민원 폭증을 우려해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대표해 시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현 하수처리장을 복개하고 상부를 공원화 하는 수준을 제시한 상태다. 부천시는 이 경우 악취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7000세대 1만8000명이 새로 살게 될 과천시도 인접한 서울 서초구와 하수처리장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과천시는 기존 하수처리장이 30년이 넘은 만큼 새로 만든다는 방침이지만, 인접한 서초구가 반발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앞서 정부가 추진한 서울시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도 노원구의 반대에 결국 규모를 축소했다. 정부는 당초 1만세대의 신규 주택 공급을 원했지만, 지역주민 반발에 같은 여당 소속 구청장이 나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 결과 태릉골프장 공급 계획은 6800여 가구 규모로 축소됐다. 노원구는 “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추진 일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 시장과 여당 구청장 대립도= 야당이 시장을, 여당이 구청장 및 시의회를 장악한 서울시에서는 주택 공급을 놓고 이들 사이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 과정에서 임대주택 비중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또 옛 성동구치소 자리 개발에서는 서울시와 송파구가 맞서는 모습이다.
이들 부지 모두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임대주택 등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길 원하고 있다. 심지어 집값 안정이 급선무인 정부도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여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부지 갈등의 경우, 서울시는 지난 7일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와 맞교환하는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 공공주택을 짓기로 하고 관련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열람 공고했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남측 부지의 20~30%를 주거비율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이는 서울시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송현동 땅을 받는 대신 서울의료원 남측부지를 주기로 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국제교류 중심지로 개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민들이 지난해 8·4대책으로 정부가 발표한 서울의료원 북측부지 공공주택 3000호 공급계획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후 송현동 부지 맞교환으로 이곳에 2~300호의 공공주택을 추가로 짓겠다고 하는 것은 강남구민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취지에 걸맞게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는 민간분양 공동주택과 신혼희망타운, 공공기여부지를 활용한 문화체육복합시설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개발 계획이 추진돼왔지만 서울시가 공동주택 용지에 민간분양 대신 토지임대부주택,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와관련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 40년 간 기피시설인 성동구치소로 인해 인근 주민 분들이 불편과 피해를 감내해 온 것이 많은데, 상황이 변경되었다고 계획을 바꾸는 것은 신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