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시장 분위기 식자

매도자 입김 약해지며 호가 하락 조짐도

“집주인이 호가 낮췄으니 집 보러 와라”

다만 실거래가 대비 소폭 조정하는 수준

매도자 콧대 꺾일까…수도권 곳곳서 “호가 낮출게요” [부동산360]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무주택자 A씨는 두 달여 전 들렀던 경기 화성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집주인이 호가를 5000만원 낮췄으니 관심이 있으면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여름 내내 임장(현장방문)을 다니고도 너무 오른 가격에 매수를 포기했던 A씨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할 지 고민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지만 앞으로 조정장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수도권 곳곳에서 호가를 조정하는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래가 끊기고 매물이 쌓이면서다. 올해 들어 계속된 거래절벽에도 호가를 높여 부르며 시장 분위기를 이끌던 매도자들의 입김이 약해지는 모양새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수도권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1.5로 전주(100.6)보다 9.1포인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5월 마지막주 이후 19주 만이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의 매수심리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86.1까지 떨어졌다.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올랐던 이 지수는 8월 셋째 주 112.3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됐고 이달 첫째 주 96.9로 1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3주 연속 내림세다.

매수자가 줄면서 귀했던 매물은 크게 늘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날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매물 건수는 13만2696건으로 한 달 전(11만363건)보다 20.2% 늘었다. 올해 6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매물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6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8~9월에는 10만건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중개현장에선 매도가 급한 집주인 일부가 호가를 내리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소폭 조정하는 수준이지만 호가를 낮춘 매물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매도자가 좌우하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양주시 옥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 몇몇이 최근 호가를 2000만~3000만원 낮췄지만 매수자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산시 부산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그간 호가가 실거래가에 비해 너무 올랐던 터라 가격이 하락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급매물이 꽤 나오면서, 부르는 게 값이었던 상황은 지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도 급매물이 소량씩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서울의 아파트값 하락 거래 비중이 35%대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추가 가계대출 대책 발표로 중저가 아파트 시장의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호가 조정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 상승과 기존 대출규제 만으로도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어려운 환경인데 DSR 규제로 돈줄까지 막혔다. 매매거래의 상당한 제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호가 조정폭 자체가 작은 데다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고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어 전반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는 전반적으로 둔화되겠지만 공급 측면에서 시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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