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재판, 구금, 고문 인정…“국가 책임져야…”

형사보상금 공제로 사실상 국가 손해배상 받기 어려워

생존자 및 유족 강한 반발

4·3 수형인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양일화 씨가 7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
4·3 수형인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양일화 씨가 7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제주지법 민사2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양근방(89)씨 등 제주 4·3 수형인과 유족 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이미 받은 형사보상금은 공제한다고 판시해 원고측이 반발하고 있다.

4·3 수형인은 1947년 3·1절 발포 사건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불법 군사재판으로 서대문형무소와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이 된 이들을 말한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1인당 적게는 3억원~15억원 가량의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제주지법은 4·3 희생자 본인에게 1억원, 배우자에게 5000만원, 자녀에게 1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제주지법은 2019년 8월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4·3 생존 수형인 18명에게 구금 일수에 따라 1인당 최저 약 8000만원에서 최고 약 14억 7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형사보상은 구속 재판을 받다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만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사실상 이번 판결로 국가배상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는 원고 39명 중 14명에게 1인당 최저 168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 등 모두 1억 60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은 사전 또는 사후 영장 없이 체포돼 불법 재판을 받고 구금까지 당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문을 당한 희생자도 있었다”며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함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고통과 명예훼손 등을 입었더라도 별개의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일부 원고의 주택 방화, 불법적 사찰 등은 주장만으로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간 구금 기간 차이가 8개월에서 11년까지 적지 않지만, 4·3 수형인별 구금 기간에 따른 형사보상이 지급돼 형평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위자료를 책정한 근거에 관해 설명했다.

재판에 참여한 4·3 수형인과 유족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희생자의 개별적인 피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모든 피해를 뭉뚱그려 법적 판단을 내린 이번 판결은 희생자의 오랜 고통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추후 구체적인 판결문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000여 명, 많게는 3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