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미 푸드더즈매터 공동대표 인터뷰

“비건인 친구 데려갈 근사한 비건 레스토랑 없나”

비건 버터·와인 등 수입 사업 시작

농심 베지가든 ‘브이민스’와 콜라보 선봬

“비건 친구따라 외국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초딩 입맛도 사로잡았죠”[식탐]
지난 11일 오후 3시꼐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비건 레스토랑 푸드더즈매터 박태권(35) 총괄 셰프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비건(채식주의자)인 홍콩인 친구와 외국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들렀는데 ‘초딩 입맛’이던 저한테도 채식 음식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이 정도면 나도 비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한국에서도 초딩 입맛도 맛있게 비건 음식을 접할 수 있는 식당을 구상했죠”

외국인 친구를 데려갈 수 있는 근사한 비건 레스토랑 없을까

지난 9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비건 레스토랑 ‘푸드더즈매터(Food Does Matter)’의 공동대표이자 비건 상품 수입 사업을 하는 ‘이팅더즈매터’의 나보미 COO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나 대표의 사업 동기는 간단했다. 친한 홍콩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올 때마다 한국에서 제대로된 비건 요리를 대접하기 어려웠던 것.

처음에는 ‘불편한 채식을 과연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만큼의 훌륭한 맛을 경험하고는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19년 해외에서 수입한 비건 젤리, 마쉬멜로우, 버터, 와인 등을 선보이기 위해 ‘쇼룸’ 컨셉으로 오픈한 레스토랑이 대박이 났다.

당시 국내에서는 대체육, 대체 단백질을 활용한 레시피를 익힌 셰프는 드물었다. 해외에서는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와 같이 대체육이 잘 알려진 때였지만 이를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부재료를 첨가하고 소스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나 대표는 호주의 레스토랑에서 수 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박태권(35) 셰프를 영입, 대체육을 활용한 클래식 햄버거, 까르보나라, 떡갈비, 오픈 샌드위치 등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비건 친구따라 외국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초딩 입맛도 사로잡았죠”[식탐]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 푸드더즈매터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떡갈비 요리를 선보였다. [신주희 기자]

연어 없이 어떻게 훈제 연어 샌드위치를 만드나…“모든 요리는 화학 반응에서 비롯”

푸드더즈매터의 음식들을 맛보면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동물성 단백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도 오픈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면 훈제 연어, 에그마요 맛이 느껴지고 떡갈비는 고급 한식집에서 먹는 떡갈비 맛과 비슷하다. 기름은 적지만 고소한 맛은 더욱 진하다.

박 셰프는 “모든 요리의 기본은 화학 반응이다”며 “굽고 찌고 발효하는 요리의 모든 과정이 화학 반응이기 때문에 식물성 재료들을 활용해서 눈속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제 연어는 당근을 3시간 반 동안 오븐에 쪄 섬유질을 연어처럼 부드럽게 만들고 양념을 입혀서 마리네이드를 한 뒤 연어와 자주 곁들이는 재료 케이퍼 즙에 절인다. 또 ‘코부지메’ 방식에 착안해 다시마와 김으로 감싸서 바다향을 입히는 작업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당근의 표면을 오일으로 코팅해 기름기를 재현했다.

푸드더즈 매터에서 만드는 음식은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해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고기, 버터, 크림 없이도 음식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그만큼의 레시피 연구 개발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박 셰프는 “에그마요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두부 50㎏ 정도 쓰는데 2시간 이상 눌러서 수분을 빼고 가지 베이컨도 하루에 8시간을 작업해야 일주일치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버터를 쓰려면 캐슈넛을 고속으로 갈아서 직접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이어 박 셰프는 “고기를 대체하는 제품이 고기보다 비싸면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축산 비용의 하락과 수입산 고기로 최근에는 채소보다 고기값이 더 저렴한 상황에서 대체육과 채식이 소비자들의 식습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맛뿐 아니라 비용 절감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농심 ‘베지가든’과 손잡고 콜라보 신메뉴 선봬

그래도 최근에는 여러 식품 기업들이 선보이는 대체 단백질 상품 덕분에 손이 줄었다. 콜라보레이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농심의 채식브랜드 ‘베지가든’에서 협업 요청이 들어와 다진 형태의 ‘브이민스’를 이용해 타코 등 신메뉴를 선보였다. 타코 위에 올라가는 체다 치즈도 베지가든의 제품을 활용했다.

대체육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와도 손을 잡고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견과류를 뺀 언리미트의 리뉴얼 제품 V2를 활용한 레시피도 개발할 계획이다.

박 셰프는 이러한 식품 기업과의 콜라보로 음식을 먹는 이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대체육을 접할 수 있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 대표와 그의 설명에 따르면 푸드더즈매터를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완전한 비건은 아니다. 비건이 아닌 이들도 맛있고 건강하니까 레스토랑을 찾는 일이 많다고 했다.

박 셰프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옛날 알 수 없는 맛과 식감의 콩고기를 떠올리는데 그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싶다”며 “진짜 고기를 따라해서 맛있는 요리가 아닌, 그 자체로도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비건 친구따라 외국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초딩 입맛도 사로잡았죠”[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