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구하기 바늘귀 통과만큼 어려워져
“물가상승 고려하면 4년 뒤 월세 100만원은 평균”
‘거주 불가’ 생활형숙박시설마저 수백 대 1 경쟁률 ‘점입가경’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 프리미엄 붙여서 삽니다. 당첨되신 분 연락주세요.”, “올해 운 다 쓰셨네요. 당첨 축하드립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롯데건설이 용인시에 선보이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상품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당첨자가 발표됐다. 흥행이 저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경쟁률은 수 백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많은 248가구가 공급되는 84A타입에는 신청자 7만9850명이 몰렸다. 수도권 경쟁률이 643대 1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1~2일 이틀간 청약 신청을 받았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보증금 9억원에 월세로 매달 100만원씩 10년 납부하는 불리한 조건인데 과연 누가 청약하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최근 몇년간 전세시세가 지속적으로 오른데다 최근의 전세 대출규제 등으로 월세화가 가속되면서 실수요자의 판단은 ‘해 볼 만 하다’로 바뀐 분위기다.
30대 수도권 거주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주가 2025년이라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월 100만원은 그렇게 비싼 게 아닐 수 있다”면서 “보증금이 다소 비싸지만 인기지역 신축아파트 월세는 다 그 정도는 한다”고 적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4년 뒤의 물가와 비교하면 A씨의 의견처럼 월세 100만원은 보증금 규모를 고려해도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계약 건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통계로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총 17만6163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6만1403건(34.9%)으로 집계됐다. 직전 1년은 28.1%를 차지했는데, 1년 새 6.8% 포인트가 올랐다.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의 월세를 받아 세금 부담을 상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중단과 우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 상태다.
물론 당첨자들 중에는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당첨되면 웃돈을 받고 팔겠다는 전략을 세운 이들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당첨자들로 이뤄진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는 ‘입주권 매수자가 매도자의 양도세 부담까지 지면서 거래됐다’는 소식도 올라오고 있다. 최초 입주한 임차인에게 10년 뒤 우선분양권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이처럼 아파트의 대체재 인기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공공지원민간임대 아파트인 고척아이파크 역시 8년 거주 보장 후 우선분양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 597가구 모집에 5061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 8.4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생활형 숙박시설인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657 대 1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거주가 불가한 생활형숙박시설 마저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면 말 다했지 않느냐”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청약, 대출, 전세 모두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우니 이런 대체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