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매도자는 호가 올리고 매수자는 단기급등 피로감 느껴

대출 규제 이후 꺾였던 거래량·호가 회복 가능성 ↑

“시중대출금리 인하가 관건…내년 추가 인하 긍정적”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9월 대출규제 이후로 매매 호가를 낮춰야 팔리다 보니 집값이 주춤했었어요. 하지만 최근 연이은 금리인하로 다시 정점이던 7·8월 수준이 회복됐습니다. 송파헬리오시티 전용 84㎡는 호가가 24억원대에 형성되고 거래는 23억원대에 이뤄지고 있어요. 호가를 내렸던 물건들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매도자가 조금씩 더 올리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송파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15년 만에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금리 인하 효과를 노리고 일부 호가를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10월과 11월 연이은 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 규제 시행 이후 하락했던 거래량과 매매 호가가 다시 회복되는 사례가 목격된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리풀e편한세상 전용 84㎡ 매물의 호가가 27억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고 호가 오름세를 봐서는 신고가 재경신도 가능한 추세”라며 “여름에 급매가 다 팔리는 바람에 가을에는 거래가 뜸했었는데, 11월 들어 젊은 세대 매매 비율이 늘어나면서 호가도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호가를 높여도 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실거래가도 덩달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지난달 12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의 전용 84㎡ 매물은 이미 7·8월에 같은 금액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금리인하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호가를 올려도 그에 가깝게 실거래가 이뤄진다. 이번달 포레나노원 전용 59㎡는 여름 대비 1000만원 이상 오른 매매 호가 9억1000만원에 나와있는데 엇비슷한 9억원대에 거래가 되고 있다”며 “소유주의 가격을 지키고 싶은 의지가 수요가 많아지는 분위기에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보수적이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눈에 띄는 주택 거래 활성화는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인하가 상승요인은 맞지만 바로 상승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대출규제로 서울은 9월부터 주택 시장 조정 국면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조정 폭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도 “부동산쪽에서 심리적인 자극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체감상 엄청난 이자 절감을 유발하지는 않고, 수요자극정도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되는 시중 금리는 3.5%정도인데 기준금리가 3%면 시중금리는 5% 내외 정도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금리가 3.5%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당분간은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준금리가 바뀌면 대출금리로 연결되는 여부가 중요하다. 올해 총 기준금리를 두번 내렸는데 지난달처럼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출금리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며 “공급부족이 가시화되는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로 매수세 회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금리 인하로 주택 소유자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매수자는 단기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껴 현재의 힘겨루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