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글로벌 경기침체에 불황 터널 장기화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 전환·수익성 개선 절실
SK·롯데·한화, CEO 물갈이…GS도 발전계열사 사장단 교체
LG화학·태광·삼양도 인적쇄신·세대교체…분위기 반전 시도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말 인사철을 맞아 잇달아 수장 교체에 나섰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고강도 인적쇄신과 조직 재정비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보다 기민한 위기대응과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폭의 ‘물갈이’를 단행한 것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8일 임원인사를 통해 그룹 화학군을 이끄는 총괄 대표를 불과 1년 만에 교체, 이영준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말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자리에 앉은 이훈기 사장은 실적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 화학군 총 13명의 최고경영자(CEO) 중 10명이 새로 선임됐다. ‘칼바람’을 피한 것은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뿐이다. 또, 이번 인사를 통해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했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물러나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 27일 임원인사를 단행한 GS그룹 역시 정유·석유화학 등 당분간 어려운 업황이 예상되는 사업조직에 대한 선제적 재정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GS칼텍스의 경우 조직 구조를 효율화하고 운영 최적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에너지 전환 등에 대비해 에너지·발전 계열사 수장들도 대거 교체했다. GS EPS 대표에는 GS E&R 대표를 맡고 있던 김석환 사장이 이동했으며, GS E&R 신임 대표에는 김성원 부사장, GS동해전력 신임 대표에는 황병소 전무가 각각 임명했다. GS파워의 대표이사 유재영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태광그룹의 경우 29일 임원인사를 통해 오용근 태광산업 지원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오 대표는 석유화학업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최근 석유화학 불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태광산업의 사업구조 재편과 신사업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오 대표는 대한화섬과 서한물산 대표도 겸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난 25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화학2그룹으로 분리했다. 화학1그룹은 삼양사를 중심으로 삼양이노켐, 삼양화성, 삼양화인테크놀로지, 삼남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화학소재 사업군이, 화학2그룹에는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전문기업 삼양엔씨켐과 퍼스널케어 소재 전문기업 케이씨아이(KCI), 글로벌 케미컬 기업 버든트(Verdant) 등 스페셜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로 구성된다.
특히, 화학2그룹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이 직접 이끈다. 오너가 4세가 직접 나섬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과 미래 전략 구상, 스페셜티 사업 확장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1그룹은 기존의 화학그룹장인 강호성 대표가 맡는다.
지난 21일 인사를 단행한 LG화학의 경우 신학철 부회장은 유임됐지만 생명과학을 제외한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사업본부장이 교체됐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본부장에는 김상민 전무를,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조기 인사를 통해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실적이 저조한 3개 계열사 수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SK에너지 사장에는 김종화 현 SK에너지 울산CLX 총괄을, SK지오센트릭 사장에는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사장에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을 각각 선임했다.
이 가운데 SK에너지의 경우 1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으로 SK그룹의 고강도 인적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SK그룹은 다음달 5일 인사를 통해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일찌감치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큐셀 부문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빠르게 단행한 인사로,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업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이사에는 남정운 여천NCC 대표이사가, 큐셀 부문 대표이사에는 홍정권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전략실장이 각각 선임됐다. 또, 여천NCC 신임 대표이사에는 김명헌 한화임팩트 PTA 사업부장이 발탁됐다.
다음달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역시 인사폭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