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 항소심 재판이 끝났다. 하지만 여권은 선고 결과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모펀드 관련업무상 횡령, 미공개정보 이용 장외매수 12만주 취득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범죄수익 은닉, 거짓 변경보고에 의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고 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나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사모펀드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금융실명법 위반, 사모펀드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범죄들을 ‘코링크PE 관련 범행’이라고 기재했다. ‘사모펀드 무죄’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를뿐더러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가 기업사냥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 하나를 망하게 한 것을 고려하면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말도 아니다. 그렇게 정당한 거래였다면 왜 정 교수는 단골 미용실 원장 이름을 빌려가며 차명 거래하고, 실물 주권을 숨겼을까.

조 전 장관이 자신의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에 관여한 적이 없다거나 투자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했던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5촌 조카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인수 업체의 소유주였다. 투자 내용도 모른다던 정 교수는 이 업체로부터 허위 컨설팅비 명목으로 1년 반 동안 1억5000여만원을 받았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과 여권 인사들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증거가 조작됐다거나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질 사주는 따로 있다고 지속해서 주장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들이 주장한 증거조작설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여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들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는 정 교수로부터 받은 자금을 종잣돈 삼아 기업사냥을 통해 7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친동생은 중학교 교사 지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준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드루킹’ 여론조작에 가담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목포 부동산 투기’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조 전 장관 감찰 무마 의혹’ 당사자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역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권에서는 진실이 따로 있다고 하지만 재판 결과는 전혀 달랐다.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은 예외 없이 인사불이익을 받았고, 상당수는 사직했다. 판결에 관여한 판사들도 인신공격에 시달린다. 이들이 굳이 권력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내놓을 동기는 없다.

여권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유튜버들이 내놓는 재판 분석은 실제 취재 현장에서 접하는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갖은 음모론을 섞어가며 ‘기성 언론은 이런 중요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작 사안을 왜곡하는 건 그들 자신이다.

기자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언론법 개정안 입법에 관여했다고 비판받자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모독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작 자신이 정 교수 사건 증거조작설을 내밀며 ‘기존 언론은 아무 데도 주목하지 않는다’며 언론, 검찰, 법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점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