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

서울시 분석서 30%가 50~64세男

전국 위험계층 4000여명 달할지도

누가, 어느 집단이, 얼마나 위험자인가?

고독사 예방을 위해 고독사 위험집단을 정의하는 작업도 과제로 남아있다.

4월부터 시행 중인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고독사 위험자로 지칭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독사 위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고독사 위험자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고 고독사예방법에 따른 실태조사도 아직 실시되지 않은 만큼, 고독사 위험자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는 50~60대 남성 1인가구가 고독사에 가장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동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발생한 고독사 가운데 54.9%가 중장년층(50~64세)이었다.

또 서울시복지재단의 ‘2020년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에서는 고독사 위험계층 978건 중 65.7%가 남성이었고, 여성은 34.3%였다. 이 가운데 중장년층(50~64세) 남성 비중이 30.5%로 높게 나타났다.

보다 구체적인 고독사 위험집단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보건복지부 용역을 받아 수행한 ‘고독사 위험집단 데이터 분석 기반 예방 및 발굴 지원방안 연구’에서 참고할 수 있다.

보고서는 40~64세 중장년 남성, 주거 취약층, 이혼·별거 등 가족해체에 따른 비자발적 1인가구, 당뇨 및 만성질환이나 알코올 의존·중독, 실직 등 경제활동 불안 등의 특성을 고독사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를 주도한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지난해 서울의 고독사 위험계층을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8.1명 정도로 추산됐다”며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특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서울의 분석치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대해서 추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10만명당 8.1명인 서울의 고독사 위험계층을 전국 인구(5100만명)로 확대해 보면, 어림잡아 410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2880명)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독사 사망자들에 대한 ‘사회적 부검’을 통해 고독사 위험집단을 추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송 연구위원은 “자살 사망자들의 자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사회 부검을 하듯이 고독사 사망자나 변사자에 대해서도 ‘특이 죽음’이라고 간주하고 사회 부검을 해야 한다”며 “기초수급 대상자였는지, 실직했는지 등 경제적, 사회적 요인을 다양하게 살펴봄으로써 특이 죽음의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승곤 영남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사회적·건강 측면에서 취약한 중장년 남성 1인가구가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자체 행정복지시스템을 중심으로 보건소,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정신건강증진센터 등과 함께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도 예산 등을 통해 지자체별 (고독사)위험층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