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장기보유 혜택 축소, 종부세 변경안 등 혼란
이 사이 서울 및 강남 아파트 거래는 ‘꽁꽁’
정책 신뢰 부족에 “두고 보자” 관망세만 가득
[헤럴드경제=최정호·이민경 기자]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좌충우돌하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여당은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에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법안 처리를 8월로 미뤘다. 기대를 모았던 양도소득세 완화는 없던 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에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기대했지만 기약이 없다.
오히려 여권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 공약,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법안 발의는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거래량은 급감하는데, 매물은 희소해 아파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어느 때보다 높은 이상현상이 계속 되고 있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아파트 월별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올해 들어 5000건을 단 한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아직 통계가 집계 중인 6월과 7월 거래량은 각각 3551건과 569건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월간 거래 1만건을 돌파했던 지난해 7월이나, 6000~7000건대 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11월, 12월과 크게 달라진 시장 풍경이다.
특히 조세 정책에 민감한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구의 거래 감소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328건을 정점으로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행되기 시작한 6월 140건까지 감소했다. 장기 거주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을 줄이고, 또 종부세는 올려 매물을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여당의 계산과는 반대로 시중에 매물이 줄면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아파트 거래 감소 현상은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집주인이나 정부 정책을 예측할 수 없어 ‘일단 대기’ 상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일관된 신호를 주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함으로써 잡음만 키우고 있는 중”이라며 “특히 지금 건드리려 했던 정책들 대부분이 1주택자를 겨냥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주택 보유자의 물량 출회를 기대하며 검토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즉 실질적인 양도세 증세 검토가 대표적인 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는 오히려 한 집에서 오래 살 수록 손해를 보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오래 산 사람들 일수록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집을 내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대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입으로는 세금감면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증세를 만지작하는 정부 여당의 모순이 거래부진과 호가상승이라는 악순환만 불러왔다는 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 수석전문위원도 “정부는 오래전에 강남에 집을 산 고령층 중 일부가 늘어난 세금에 갈아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관망하게 만들었다”고 매매 급감 사태로 이어진 시장 상황을 전했다.
여당이 8월로 미룬 종합부동산세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권 교수는 “이미 6월 결정이 난 종부세를 상위 2% 대상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며 “어떤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져도 포함되고, 올라도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정책 변화 시도에도 더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평가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에서는 ‘더 버티자, 정책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반응이 생겨났다”며 “이제 정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레임덕과 맞물려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시장 정책이 불안정하니 방향성이 상실됐고, 결국 버티는 수 밖에 없어진 것”이라고 최근 정부여당의 양도세·종부세 논란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