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단독시행자로 지정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등 절차 속도 낼 듯
주민들 비대위 꾸려 “반대”, “서울시에 탄원서 제출할 것”
50% 동의요건 갖췄지만…밀어붙이기에는 부담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손꼽히는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이 최근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를 단독 시행자로 지정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두1-6구역, 신설1구역 등과 함께 1차 시범사업지 중에서도 가장 진척이 빠르다. SH공사는 연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마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흑석2구역의 공공재개발 주민동의율은 59.2%로 최소 동의요건인 50%를 넘겨 법적으로는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으나 주민들의 단체 반발 움직임에 SH공사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2일 공공재개발 사업시행자(공사단독시행) 지정동의서와 주민대표회의 구성동의서를 동작구청에 제출했다. 추진위 측은 다음달 12일 안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식 위원장은 “SH공사 시행자 지정에 주민대표회의까지 구성되면 사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는 대로 협약을 체결한 뒤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을 비롯해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조합원분양신청, 관리처분인가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겠다는 게 SH공사의 계획이다.
흑석2구역은 당초 용적률, 층고 등 인센티브 수준을 두고 주민들과 SH공사가 충돌하며 진통을 겪었으나 SH공사가 주민 의견을 수용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SH공사가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흑석2구역은 용적률 599.9%를 적용받아 지하 5층~지상 49층, 총 1324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로 지어진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일반분양가는 3.3㎡당 3942만~4224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행자 지정 신청으로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반대 주민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주민 150여명으로 구성된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2일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 측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지만 일부는 과도한 임대·소형 아파트 비율 등을 이유로 민간개발 선회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SH공사가 지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공공재개발을 멈추고 토지주, 상가주 등 마을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개발하도록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민 반발은 SH공사로서도 사업을 밀어붙이기에 적잖은 부담이다. SH공사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동의율 추가 확보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민 반발이 심하면 결국 동의를 더 받아야 할 것”이라며 “상가 활성화 계획을 세워 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하는 등 주민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민 3명 중 1명이 반대해도 사업을 강행할 수 있겠지만 반대하는 주민과 원활한 협의가 불가능하다면 사업추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협의 과정에서 사업기간이 단축되기보다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