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보험소송 사건 결론
보험사의 선제 소송 제기 적법여부 쟁점
해당 부분 직권 심리…기존 입장 재확인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보험사가 계약자나 수익자를 상대로 먼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소송을 내는 것도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면서 보험금 지급 관련 실무상 변화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A보험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및 B씨가 A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보험사가 B씨에게 2억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실질적 쟁점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나 수익자 등을 상대로 먼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였다. 이 부분은 당사자들의 주장이 없었지만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기로 하고 전체 대법관들이 모여 심리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먼저 수익자를 상대로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이기택·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은 보험사와 계약자 등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 외에 추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먼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3명의 대법관은 “보험의 공공성, 보험업에 대한 특별한 규제,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에 따른 당사자 지위 등을 고려하면 보험금 범위에 관해 다툰다는 사정 외에 추가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특별한 사정’에 대해 ▷계약자 등이 보험계약이나 관계 법령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 보험금 지급을 요구해 보험사에 예정하지 않았던 불안이나 위험이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 체결이나 보험금 청구가 보험사기에 해당해 보험사가 범죄나 불법행위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사건에서 B씨의 가족인 C씨는 2016년 A보험사와 상해사고 관련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일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고, B씨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A보험사는 이듬해 ‘보험계약 당시 알린 업종과 실제 수행한 업종이 다르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통보 당일 B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다는 취지의 소송도 냈다. B씨도 몇 달 뒤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험사는 계약자 등과 사이에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으면 먼저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동안 재판 실무는 이러한 소송 제기가 적법한 것으로 봐 본안 판단을 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기존 재판실무가 적법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