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의료기관 백신 안전 교육, 온라인 이수가 전부
정부 오접종 위탁의료기관 계약 해지·구상권 청구
구상권, 백신 인과관계 증명해야…사실상 어려워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면서, 병원의 실수로 인한 오접종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위탁의료기관에 백신 교육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문제를 일으킨 오접종 병원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백신 접종 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진행 중인 위탁의료기관 대상 백신 교육은 온라인 교육 이수가 전부다. 3시간 분량의 동영상에는 백신을 희석하는 방법, 백신의 개요, 보관 방법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동영상을 잘 숙지했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는 따로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영상을 실행한 채 시간만 보내도 이수가 가능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에 백신 접종 절차가 안내된 팜플랫을 설치해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접종 관련 추가 교육자료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는 백신 투여 정량을 담을 수 있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보급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얀센 백신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과 달리 LDS가 보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얀센 백신은 병원에서 일반 주사기로 0.5㎖씩 나눠 담아야 한다. 투여 사고가 발생한 한 의원은 이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부안군 한 의원은 접종자에게 얀센 백신 3㎖ 용량 한 바이알(병)을 통째로 접종했다. 투여 정량(0.5㎖)의 6배가 투약된 것이다. 이 접종자는 40도가량 고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동구 소재 한 병원에서는 0.5㎖가 정량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절반 정도인 0.25~0.3㎖만 투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군대구병원은 지난 10일 30세 미만 장병에 대해 화이자 백신 단체 접종을 하는 과정에서 6명에게 ‘식염수 주사’를 접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측은 접종 당일 실수를 인지했으나, 재접종이 필요한 장병 6명이 누군지는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에선 지난 11일 얀센 백신 예방접종을 예약한 50대에게 실수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20대 잔여 백신 예약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오접종 병원에 대한 제대로 된 제재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검토 중인 제재안은 백신 위탁의료기관 해지와 오접종자 정부 보상에 대한 구상권 청구다. 정부 보상의 경우 접종자가 이상 반응을 보이고, 백신과 인과 관계가 증명될 경우에만 받을 수 있어 구상권 청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과실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접종에 따른 피해사실이 있어야 하고 백신과의 인과 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의료과실 처벌 수위는 경중에 따라 법원에서 판단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접종을 한 병원에 대해 벌금과 같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사후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사후대책이 없다면, 백신 접종이 확대되는 향후 오접종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오접종 발생 건수는 105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90건(85.7%)은 접종 대상자를 잘못 판단해 다른 백신을 접종한 사례다.
